장미는 5월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왔다. 클레오파트라가 애인 안토니오를 위해 마루에 깔았던,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위해 침실에 뿌린 꽃도 장미다. 경제전망의 청신호가 켜졌을 때도, 증시(證市)의 전망이 밝을 때도, 또 이번 대선 후보들이 희망적인 공약을 내세울 때도 여지없이 '장밋빛'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그 만큼 장미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황홀경과 아름다움 그것이다.
가시에 찔리지 않고서는 장미꽃을 얻을 수 없다는 격언도 있고 시인들은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지구상에 초록 말고는 별의별 색을 다 갖추고 있을 정도로 1만5천여종이 넘는다. 1455년부터 무려 30년간에 걸친 이른바 '장미전쟁'도 있었다. 영국 왕실에서의 왕권획득을 위한 귀족간 내란으로 랭커스터가왕가 붉은 장미, 요크가가 흰 장미를 각각 문장(紋章)으로 삼은 것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6년간에 걸쳐 지리하게 끌어온 장미분쟁이 일단락됐다. 12일 대법원이 국내 화훼업자들이 독일의 세계적인 장미 육종회사인 코르데스사(社)를 상대로 벌였던 장미를 둘러싼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장미에 대해 외국 육종회사들이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래 1심과 2심에서 무승부를 이루고 이번 최종심에서 코르데스사(社)의 '레드 산드라(Red Sandra)'에 대해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화훼농가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국내 농가는 물론 화훼전문기관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국제무역에서 로열티 지불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고, 뉴라운드와 다자간 무역협정 등 통상의 장벽이 높아가기 때문이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뚜껑에 몰래 가져왔던 시대와 신품종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있는 시대는 엄연히 다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국산 장미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계속될 농산물 관련 무역전쟁에서도 이길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판 장미전쟁
입력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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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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