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라크 국민회의'와 '쿠르드 애국연맹' 등 50여개 이라크 반체제 단체 대표 300여명이 런던에 모였다. 목적은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우선 후세인 정권 핵심인사 49명을 재판에 회부하기로 했는데, 후세인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고 그의 장남 우다이와 차남 쿠사이도 포함됐다. 정권이 무너지면 3부자(父子)가 심판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우다이는 엽기적인 악행 때문이라도 사형감이다. 아버지의 경호원을 살해하고 숙부를 칼로 난자한 패륜아인 우다이는 공원을 지나다 새신랑과 거니는 신부를 호텔로 끌고가 사람들 앞에서 성폭행하는 등 천인공노할 성적(性的) 비행을 저지른게 한두 건이 아니다.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또 경기에 진 운동선수에게 변기에 머리처박기, 구덩이에 파묻기, 콘크리트로 만든 축구공 차게 하기 등 기상천외한 체벌을 가했다고 하니, 재판이전에 성난 군중의 돌팔매에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면수심의 장남이 못미더운지 후세인은 차남 쿠사이에게 친위조직인 공화국수비대 지휘는 물론 특수보안기구와 특수공화국군을 맡기는 등 편애하고 있다. 실제로 쿠사이는 후세인이 와병중일 때는 비공식 최고권력기구인 후세인 가족회의를 주재하며, 후계자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아들에 대한 후세인의 애증과는 상관없이 정권이 뒤집어지면 3부자는 멸문(滅門)의 심판대에 함께 서야 할 입장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독재자와 그 자식들은 이처럼 '정치공동체'로서 같은 운명을 소유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다른 유형의 독재자 아들이 뉴스에 올랐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주인공이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 보도에서 “김정남이 최근 프랑스에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며 그의 방문 목적이 파리 디즈니랜드 관광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만일 추측이 사실이라면 김정남 역시 독재자의 철부지 아들이지 싶다. 아비는 지금 미국과 사활을 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북한 KGB(국가안전보위부)' 부위원장인 아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디즈니랜드 관광이라니, 부자간의 상반된 돌출행동이 자못 엽기적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