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국신화엔 삼황오제(三皇五帝)가 등장한다. 여기서 삼황은 신농씨(神農氏)·복희씨(伏犧氏)·수인씨(燧人氏)를 가리키며, 신농씨는 농경을 발명했고, 복희씨는 수렵술, 수인씨는 불을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이들 삼황이 문명의 기반을 닦았고, 그 토대 위에 황제(黃帝:중국민족 최초의 조상)가 중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전욱·제곡·요(堯)·순(舜)의 네 임금이 순서대로 중국을 다스렸다 하며, 이 다섯 임금을 통칭해서 5제(五帝)라 부른다.
그런데 5제 가운데 마지막 두 임금인 요 임금과 순 임금은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을 뿐 아니라, 백성들도 아무런 근심 걱정 부족함 없이 역사상 가장 편안한 삶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공자(孔子)가 ‘요·순시대’라는 말을 만들어 쓴 이래 지금까지도 요·순시대라면 태평성대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정치의 이상향이라면 으례 요·순시대를 일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요·순시대는 과연 요 임금과 순 임금의 덕치만으로 이뤄졌던 것일까.
행위과학분야에 피그말리온(Pygmalion)효과이론이란 게 있다. 어떤 행위요인에 대해 행위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그 요인에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믿고 기대하면 실제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즉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예언과 기대가 행위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좀더 쉽게 풀이하면 주변에서 스스로 긍지를 갖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기대를 품으면 어떤 일이든 잘 풀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요·순시대라는 것도 두 임금의 덕치뿐 아니라 백성들의 이같은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때마침 어제 우리 국민은 새 대통령당선자를 뽑았다.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분이다. 다분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국민들이 바라는 게 한 둘이 아닐 듯싶다. 이럴 때 이왕이면 피그말리온효과를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은 부정을 낳고 긍정은 긍정을 낳는다’고도 하던데.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긍정과 부정
입력 200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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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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