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아이티에 19세 대통령이 등장했던 것은 독재자 뒤발리에가 20세 이상만이 될 수 있는 공무원법을 뜯어고쳐 그의 아들을 세습토록 했기 때문이었다. 도(Doe) 육군상사가 검은 선글라스의 위풍당당한 얼굴로 80년 4월 쿠데타를 일으켜 라이베리아의 이른바 '서전트 프레지던트(육군상사 대통령)'가 된 것도 불과 28세 때였고 리비아의 카다피가 69년의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것도 27세의 육군중령 때였다.

합법적인 30대 대통령도 쌨다. 일륨지노프가 93년 러시아 칼미크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30세 때였고 가르시아가 85년 페루 대통령이 된 것은 36세 때였는가 하면 90년 아이티의 아르시티드는 37세, 94년 코스타리카의 올센과 89년 브라질의 콜로르는 39세였다. 40대 대통령은 더 흔하다. 미국의 케네디만 해도 43세(60년)였고 박정희 최고회의의장 때가 44세, 그의 5대 대통령 때(63년)가 46세였다. 작년에 당선된 볼리비아의 키로가는 41세, 94년 멕시코의 세디요와 콜롬비아의 삼페르는 각각 42세와 43세였고 96년 불가리아의 스토야노프가 44세, 바로 지난 달 에콰도르의 구티에레스가 45세, 지난 5월 콜롬비아의 우리베가 49세….

그들에 비하면 노무현 당선자의 56세는 중후한 편이다. 전후(戰後) 베이비 부머 세대, 단카이(團塊) 세대로 지구 별을 대표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도 노 당선자와 56세 동갑이다. 지난 10월 당선된 동티모르의 구스마오와 94년 권좌에 오른 핀란드의 아티사리도 46년생 동갑이다. 노 당선자는 그런 광복 후 세대에다 한글 세대이기도 하다. 당선 직후 현충원을 참배, 방문첩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라고 한글 사인한 그대로다.

한데 중국에선 세대교체를 '연경화(年輕化)'라고 한다. 장쩌민(江澤民)을 비롯한 70∼80대의 눈에는 50∼60대도 '가벼운 나이'다. 77세의 DJ나 지난 3월 78세로 4선 대통령이 된 짐바브웨의 무가베의 눈에도 56세는 가뿐한 나이로 비칠 것이다. 그러나 '천명(天命)을 안다'는 나이도 한참 지난 56세에다 내일 모레면 57세, 우리 식 나이로는 58세다. 아무쪼록 하늘의 명령, 하늘의 소리에 거슬림이 없기를 기대한다.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