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최저기온 랭킹 1위는 1933년 1월12일 중강진의 -43.6℃다. 남한에서는 1981년 1월5일 양평에서 -32.6도℃를 기록한 것이 최저다. 양평 기록은 이후 '소주병이 얼어터진 추위'로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범위를 세계로 넓혀보면 한반도의 추위는 봄볕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북반구에서 가장 춥기로는 시베리아 내륙이 으뜸인데 베르호얀스크에서 -67.8℃를 기록한 게 기상관측 사상 최저기온 타이틀을 차지했다. 베르호얀스크 인근에 인구 6만의 도시 야쿠츠크가 있으니, 중강진이나 양평의 남북한 동포들은 감히 춥다고 나설 처지가 아닌 셈이다. 그런데 남극에서 기상관측이 시도되면서 시베리아도 머쓱해졌으니, 1960년 남극 소련기지에서 -88.3℃를 기록, 드디어 불멸의 최저온 세계 정상으로 등극한 것이다.

추위가 -50℃ 이하가 되면 바람에 의해 다시 환산되는 체감온도가 무의미해진다. 즉 바람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마냥 추운 것으로 인체가 느낄 수 있는 추위의 한계다. 이 정도쯤 되면 '별의 속삭임'이 들린다고 한다. 숨속에 포함된 수증기가 차가운 대기와 접하자마자 얼면서 예리한 소리를 내는데, 바로 숨이 얼어붙는 이 음향이 '별의 속삭임'이다. '숨조차 얼어붙는다'는 표현이 비현실적이라고 함부로 단정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이런 추위에서는 영웅도 두손 두발 다들어야 한다. 1812년 나폴레옹은 65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들어갔다, 동장군의 일격에 25만명만 살려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에 내린 비 때문에 완전히 주저앉았으니, 그는 하늘이 버린 영웅이라 할만하다.

갑자기 날씨 얘기를 꺼낸 이유는 대선 이후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체감 온도가 극단적으로 갈려서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한 세대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며 열기에 들떠있는 반면, 반대했던 세대들은 왠지 모를 썰렁한 냉기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선거 후유증이 세대간 벽으로 남을까 걱정이다. 이래선 안될 일이다. 승리한 세대의 건강한 열기가 보수적인 장·노년세대의 냉기를 따뜻하게 녹였으면 한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