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도 지사. ‘노(No)라고 말 할 수 있는 일본인’이란 작품을 써 일본 국내에선 문필가로도 제법 이름이 나 있다지만, 한국인에겐 그의 ‘제3국인’발언으로 더 잘 기억되는 인물이다. 재작년 4월, 그는 이런 말로 국내외 분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많은 제3국인과 외국인의 흉악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경우 이들의 소요가 우려된다.” 여기서 제3국인이란 2차대전 전후 일본 거주 한국인과 대만인을 경멸조로 속칭해오던 말이었다. 당연히 우리 국민이 격분했음은 물론이다. 한편으론 그 옛날(1923년 9월초) 간토(關東) 대지진 때의 광기어린 대학살이 연상돼 새삼 몸서리 쳐지기도 했다.

그 후로도 그의 기막힌 망언 버릇은 좀체 고쳐지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무작정 내쏟았다. “중국인의 일본 이주는 유전학적 공해다. 중국인 이주자들은 인종 오염의 주범이다”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줘 북방 4개 도서 영토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등등…. 그야말로 천방지축 좌충우돌, 돈키호테가 따로 없었다. 그런 인물에 정색하고 분노했던 게 차라리 어이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엔 또 엉뚱하게도 노년 여성들을 향해 망측한 포문을 열었다. “문명이 가져온 가장 유해한 것은 할머니다.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고도 살아가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라고. 게다가 이런 말도 덧붙였다. “긴상자매(100세 이상 살았던 쌍둥이 할머니들) 나이 때까지 사는 것은 지구에 심각한 폐해다.” 참 입심도 좋은 못말리는 인사다. 그가 만일 한국에서 몇달 전 눈물깨나 쏟게 만들었던 영화 ‘집으로…’를 본다면 또 어떤 기발한 악담을 내뱉을지 은근히 기대(?)도 된다.

결국 ‘할머니’발언으로 일본 여성들로부터 성차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는데, 글쎄 그 정도로 여성들 분이 풀릴지 모르겠다. 그야 어떻든 그같은 돈키호테가 한국의 도지사 시장이 아니라는 게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다. 하긴 그런 인물을 국민이 뽑을 리도 없겠지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