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자대주(無能者大酒), 무능한 사람이 술만 잘 마신다는 말도 있듯이 '아함경(阿含經)'이라는 불경은 '음주육실(飮酒六失)'부터 가르친다. 술을 마시면 재산을 잃고, 건강을 잃고, 온후한 성격이 변해 싸우게 되고, 명예를 잃어 나쁜 소문이 퍼지고, 성질이 거칠어지고, 지혜가 줄어드는 등 여섯 가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술은 '백 가지 독의 으뜸(百毒之長)'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선 술 잘 못마시는 사람을 '게코(下戶)'라 하여 '하치 인간'으로 여긴다. 오묘한 것은 또 '성스러울 성(聖)'자가 '맑은 술 성'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래선가 '聖'을 청주의 별칭으로 삼는다.

적절히 마시는 주도(酒道)야말로 중요하다. 중국에선 즐거워하고(樂), 이야기하고(說), 웃고(笑), 춤추고(跳), 노래하는(唱) '양반오경(五景)'과 주정하고, 욕하고, 때리고, 울고, 토하는 '상놈오경'부터 가리는 주도를 들고 있고 임어당(林語堂)은 봄 술은 뜰에서, 여름 술은 들에서, 가을 술은 강물에 배 띄운 채, 그리고 밤술은 달빛 아래서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94년 일본 보건부(厚生省)가 작성한 '음주십계명'도 그럴싸하다. 웃어가며 마셔라,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강권하지 말라, 주량의 눈금을 넘지 말라, 자정을 넘기지 말라 등.

달랑 한 장의 달력하고도 며칠만을 남겨둔 채 전세계적으로 울려 퍼지는 송년회 건배 합창이 지구 별을 흔들 정도다. 구호 또한 여러 가지다. 치어스(미·영·호주), 프로스트(독·네덜란드), 아보트르 상테(프랑스), 토스트(캐나다), 친친(이탈리아), 사우데(브라질), 스하로쇼네 즈다로비에(러시아), 칸페이(중국), 간파이(일본) 등. 한데 외기 어려운 주도보다는 'say when' 한 마디라도 염두에 새기는 게 어떨까. 술잔을 든 사람에게 천천히 술을 따르면서 '어디까지 따라 주랴'고 묻는 예의가 '세이 웬'이다. 그래야 즐거운 송년회를 함께한 동료끼리 친구끼리 “주도 좋아하네” 해가며 무작정 마시다가 만취의 선을 넘어 그만 새까맣게 끊긴 필름으로 저승 문지방까지 넘나드는 '송명회(送命會)'의 비극까지는 피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