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우화(寓話) 한토막. ‘뱀 한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뱀의 꼬리는 머리에게 불만이 많았다. 도대체 꼬리의 처지는 손톱만큼도 생각않고 오직 자기(머리) 편한대로만 끌고다니는 것이었다. 꼬리는 툭하면 돌부리 나뭇가지 등에 긁히고 찔려 상처투성이가 됐다. 참다못한 꼬리가 더 이상 끌려가지 않으려고 나뭇가지를 칭칭 감고 외쳐댔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머리)를 끌고 다니겠다.” 머리는 “네까짓게…” 하면서도 별수없이 꼬리를 따랐다. 하지만 꼬리에겐 눈이 없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이리 저리 마구 헤매다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져 머리와 함께 죽고 말았다’. 서로가 아끼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신, 무시하고 반목한 결과가 빚은 비극이다. 역시 우화답게 풍자와 교훈이 곁들여 있다.

2030세대 5060세대 이야기가 해를 넘기고도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지난해 말 대선에서 드러난 표심이 꽤나 충격이었나 보다. 마치 세대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도 세워진 듯한 모습들이다. 혹자는 이렇게 한탄한다. 젊은 층은 “우리가 세상을 바꿨다”고 기뻐하지만, 노장년 층은 그 결과를 시대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가슴앓이만 한다고. 심지어 의기양양해진 2030세대에 비해 5060세대는 경제력 위축에 정치적·이념적 상실감까지 겹쳐 괜히 불만스러워 한다는 심한 소리도 들린다. 그야말로 ‘뱀 머리와 꼬리’의 반목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동물(뱀)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끝맺음도 그렇게 해야겠다. 고래는 무리 중 한마리가 곤경에 처하면 무리 전체가 힘을 모아 돕는다고 한다. 일례로 동료가 포경선 공격을 받으면 근처 모든 고래가 몰려와 빙둘러 원을 그리며 그 고래를 감싸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이타적 행위는 비단 고래뿐만 아니라 무리지어 공동체생활을 하는 동물들 사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란 게 많은 학자들의 주장이다. 아마도 이기심 반목 따위론 결코 공동사회를 유지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물사회가 이럴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세대간 벽을 논한다는 게 어쩐지….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