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사람이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 문화와 종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설과 비슷한 풍경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명절을 맞아 식구들과 이웃이 함께 나누는 음식이다.

우리는 가래떡을 방앗간에서 뽑아 굳힌 다음 썰어서 떡국을 끓여 먹는다. 베트남에서는 집집마다 수박을 준비해 잘랐을 때 빨갛게 잘 익었으면 다복하다고 믿는다. 이란은 이란어로 '시' 발음으로 시작하는 일곱 가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준비한다. 마늘(시르) 식초(세르케) 사과(십) 등이 사용되는데 각각 풍요와 즐거움, 건강과 행복을 상징한다. 인도에서는 큰 냄비에 우유와 쌀을 넣어 죽을 끓여 먹으며 멕시코 사람들은 12월31일 자정 무렵에 포도알 12개를 먹으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또 공교롭게도 이집트는 새해 첫 날 양의 머리 부분과 발목 그리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등 다양한 풍습이 있다.

1월1일을 크게 기념하는 사람들로 일본인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중국과 달리 일본은 같은 한자문화권이면서도 음력의 개념이 없다. 그래서 12월28일을 전후해서 새해 1월4~5일까지 이어지는 일주일 정도의 긴 설 연휴에 들어간다. 이 때면 집집마다 찹쌀떡을 준비하는 일로 분주해진다. ‘모찌’라고 불리는 이 새 해의 떡은 찹쌀가루를 절구에 쪄서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만든다. 모찌 만들기에는 찹쌀을 치대는 작업이 힘들고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요즘은 연중 내내 슈퍼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모찌를 집에서 만드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의 가래떡이 그렇듯이.

이런 모찌를 먹다가 목에 걸려 올해에도 일본 노인 6명이 질식해 숨졌다고 한다. 25명은 또 병원신세를 지고 있단다. 해마다 20여명 정도의 노인들이 똑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본 소방당국은 새해를 앞둔 연말부터 주민들에게 모찌를 잘게 잘라 꼭꼭 씹어서 물과 함께 먹으라는 당부를 할 정도다. 노인들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모찌떡 사고'가 올 연말에서 내년초에도 또다시 반복돼 새해 음식문화를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지나 않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준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