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천군이 올해부터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은팔찌를 제공하는 출산 장려운동을 벌이기로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82년말 6만8천여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9월말 5만700여명까지 감소하자, 없는 살림에 은팔찌까지 내놓으면서 '애 좀 낳아달라'는 하소연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충북 청원군은 한술 더 떠 1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실제로 시·군에서 인구 1명이 늘면 중앙정부로부터 8만3천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고, 각종 세수가 30만원이 증가한다고 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살림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치단체로서는 어디서 애 울음소리만 나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만일 서울 강남구에서 출산장려 시책이 펼쳐진다면 부자동네에서 내놓을 출산 경품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출산감소 현상이 일부 농촌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으니 큰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2000년 현재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상태에서, 이대로 가면 2019년에는 14.4%로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0%가 돼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전망이라고 한다. 2100년경에는 아예 현재 인구의 절반으로 줄어, 한민족이 품귀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하니 기막힐 일이다. 2050년쯤이면 100명의 생산인구가 62.5명의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한다니 그 죄없는 청춘들이 벌써부터 안스러울 뿐이다. 20세기 말까지 다산(多産)을 반사회적인 무지로 몰아세웠던 정부의 각종 캠페인을 회고해보면, 멋모르고 제 발등 찍는데 장단을 맞춰준 꼴이 됐으니 국민들로선 황당한 예측들이다.

벌써부터 정부에서는 국가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인 모양인데, 이야말로 국민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 이제 출산마저 애국에 호소해야 할 판이 됐다. 100년 앞을 못내다 본 '나리들' 탓에 젊은 부부들이 바빠지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인구는 국력,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표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나 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