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은 ‘절세의 미인’하면 으레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30년)를 서슴없이 꼽는다. 하기야 당시 세기의 영웅이라던 케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 정신을 못차릴 만큼 푹 빠지게 만든 여인이었으니 상당한 미모를 지녔으리란 추측이 가긴 한다. 오죽하면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모습이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물론 약간 과장된 표현이겠으나 그만큼 클레오파트라가 절세의 미녀였음을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데 2년 전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사뭇 놀라운 보도를 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사실은 키가 작고 뚱뚱했으며 초라한 모습에 치아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때 대영박물관에서 열린 클레오파트라 전시회에 공개된 그녀의 11개 상에 의해 밝혀졌다고 했다. 하도 기대 밖이라 다소 실망한 이들도 있을 듯싶다.
얼마 전엔 CNN 인터넷판이 또 다른 놀라운 일을 보도했다. ‘넓고 투박한 농부의 얼굴에 짙은 올리브색(황록색)피부, 짧은 고수머리, 툭 튀어나온 코…’. 그것이 예수의 본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영국의 법인류학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공동 노력을 통해 재현한 모습이라고 했다. 게다가 예수는 약 153㎝의 작은 키에 몸무게는 약 50㎏인 것으로 추정됐다는 것도 덧붙였다. 치렁치렁한 금발에 희고 밝은 피부색, 큰 키에 우아한 모습으로 그려져왔던 기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클레오파트라든 예수의 경우든 모두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껏해야 옛 사람이 빚은 상이나 컴퓨터에 의존해 추정된 모습들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두 경우 모두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긴 하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로도 세계의 역사를 주무를 수 있었고,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구원하는 구세주’ 역시 뛰어난 외모를 지니지는 않았다는 게 되는 셈이다. 능력보다 외모부터 따지려들고 성형수술까지 마다않는 현대의 숱한 외모집착병 환자들에게 조금쯤 교훈이 될듯도 싶은데….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본 모습
입력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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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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