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시아의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불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기가 자못 상종가다. 그 물증은 증권회사의 전광판이 아닌 팬레터만으로도 족하다. 그가 지난 12월 셋째주에 받은 편지 겸 연하장은 1만350통. 그 다음 주부터 신년 첫 주까지 받은 순수 연하장만도 수만 통이었다는 게 '프라우다 데일리'와 '러시아 투데이'지의 엊그제 보도였다.

그러나 '연하장 대국'이라면 역시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이 49년부터 발매한 '오토시다마(신년 선물)' 경품부(附) 연하엽서만도 88년 연말에 36억9천만장이었던 것이 90년 연말엔 사상 최고인 39억200만장에 달했다. 그 엄청난 연하엽서는 89년 한 해만 히로히토(裕仁)왕의 질병에 대한 자숙과 '통석(痛惜)의 염(念)'으로 매진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 일본인의 연하장은 근년 들어 주춤했지만 지난 12월 3년만에 다시 증가해 직장인 1인 평균 61장이나 보냈다는 게 지난 연말 한 문구 메이커의 조사 결과였다. 전지(全紙) 크기 등 규격도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연하장은 94년 정초 호소카와(細川) 총리가 어느 사진작가로부터 받은 가로 23m, 세로 15m짜리였다. 한데 일본의 연하장은 연말에 모아 1월1일부 소인과 함께 초하룻날 배달하는 게 1899년 메이지(明治) 32년 이래의 전통이다.

한자문화권은 고대 중국의 주(周)부터, 서양 쪽은 15세기 독일부터였다는 게 정설이고 크리스마스 카드에 신년 인사를 겸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하지만 연하장이라면 일본처럼 정초에 받는 게 정상이다. 우리나라에도 89년 12월13일 여의도 우체국에 무려 15만통이나 접수시킨 국회의원이 '계셨을' 정도로 연하장 붐은 대단했지만 근래에 대폭 줄어든 것은 e메일과 휴대폰 메시지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보낸 금년 연하장만은 대폭 늘어났다니 놀랍다. 그것도 전에는 일부 시민단체에만 보냈던 게 이번엔 다수 개인에게도 보냈고 내용도 단순한 신년인사가 아니라 '민족 공조'를 절규, 호소하는 것이라니 만감(萬感)까지는 몰라도 백감(百感)이 뒤얽히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