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5일 로이터통신 보도가 꽤 모욕적이었다. 핵 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북한의 행위가 “마치 스트립쇼 같다”고 미 행정 당국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NPT(핵불확산조약) 탈퇴에다가 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까지 천명한 북한의 '스트립쇼 공연'은 지금 어느 단계라는 것인가. 그 잎사귀 하나만한 아슬아슬한 마지막 의상마저 홀랑 벗어 객석에 집어던질 폼이라는 것인가 무엇인가. 절묘한 것은 그 1주일 뒤인 1월3일자 영국 BBC방송의 '진짜 스트립쇼' 보도였다. 중국 공안 당국이 퇴폐 음란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이트쇼, 극장 등에 스트립쇼 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두 스트립쇼의 성격은 분명 다른데도 이상하게 오버랩돼 헷갈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 알래스카주(152만㎢)의 7분의 1에 불과한 한반도를 그나마 반으로 잘라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라 부른다. 일본과 중국의 북한 호칭도 '조선인민공화국' 대신 '기타 조센(북조선)' '베이칸(北韓)'이다. 남북이 각각 '반(半) 나라' '반쪽 국가' '0.5개 국가'라는 것이다. 남북 국가 원수도 '킴대중, 킴정일'(미국), '기무데준, 기무존이루'(일본)로 불리고 중국서는 '진따이중, 진젱이(Jinzhengyi)'다. 중국어에선 '김(金)'이 아닌 '금'이다. 그 '기무존이루, 진젱이' 북한 국방위원장이 13일 오늘 자 '타임'지와 '뉴스위크'지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그러니까 한반도 북쪽 0.5개 국가 북한이 요즘 눈만 뜨면 전세계 언론에 톱 뉴스를 제공하는 인기 최고 국가, 최고 스타 국가로 부상, 전세계의 주목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인가 무엇인가. 한데 이라크보다도 '더 큰 위험(The bigger threat)'이니 '악마(evil)'이니 하는 잡지 표지 표현처럼 결코 '스트립쇼' 운운의 희화(戱畵)거리로만 지나칠 수는 없다는 게 세계 각국의 반응이다. 지난 10일 밤 일본의 NHK 10시 뉴스는 북한의 NPT 탈퇴를 톱으로 장장 30분을 보도했다. 그걸 본 가슴들이라면 모두가 오그라들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노스코리아, 쿠오바디스!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