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로또복권 추첨에서 국내 복권발행 역사상 최고액인 65억7천만원의 당첨자가 나왔다고 해서 세상이 소란스럽다. 814만분의 1의 확률을 뚫어낸 이 억세게 운좋은 사람은 22%의 세금을 제하고도 51억2천만원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다니, 살아가다 주운 행운이라기보다는 숙명이라 할 만하다. 물론 당첨자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낙첨자들의 한숨과 비탄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자기를 비켜간 '대박의 숙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좌절을 느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복권은 그 유래가 공공사업과 공익사업을 위한 것으로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최초로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복권발행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나 공공기관의 전매사업처럼 유행해 21세기에도 가장 각광받는 사업으로 주목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21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7천10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의 경우 국민 1인당 복권구입액이 50만원가량으로 시장 규모는 9조달러, 영국은 7조2천400만달러, 프랑스는 6조2천7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자연히 당첨금의 규모도 차이가 엄청나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3명이 3억2천500만달러(약 4천300억원)에 공동 당첨됐는데, 우리의 65억원은 세금에나 미칠는지….

이렇듯 서민들의 주머니 돈을 추렴해 공공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몇 명에게 대박의 행운을 안겨주는 복권제도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복권 마니아가 늘어날수록 공공재화가 확대되는 측면은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당첨금액이 높아지면서 불어대는 대박광풍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직장마다 '로또계'가 결성되고 복권구입비용이 확대되면서, 사회가 온통 대박을 터트린 자에 대한 화제와 대박을 쫓는 사람들의 열기에 휩싸인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복권에 대한 기대가 애초의 목적대로 공익의 확충에 부조하는 대신 행운을 나누어 갖는다는 선에서 자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