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뇌의 폭풍우'다. 하지만 정신착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한 가지 현안(懸案)을 놓고 마치 뇌가 빗발치듯 열띤 토론을 벌여 독창적이고도 특출한 아이디어를 추출(抽出)하는 방식이다. 민주주의가 2천500년 전 그리스의 탁월한 정치 유산으로 명기(明記)되는 이유는 '이성(理性)+토론+다수결' 원칙에 의한 통치 방법, 즉 브레인 스토밍을 훌륭히 활용했던 데 있다. 그 토론문화의 원점이 바로 그리스 최고(最古)의 도시 아르고스(Argos)를 비롯한 100개가 넘는 폴리스 스테이트(도시국가) 중에서도 아테네였고 그 중에서도 파르테논신전을 바라보는 아크로폴리스광장이었다.
한데 아크로폴리스의 아크로(akro)가 '높다'는 뜻이듯이 아크로폴리스광장은 원래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한 바위로 된 천연의 요새였다. 그 격렬하지만 이성적인 민주주의 '브레인 스토밍' 광장을 그리 높게 만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브레인 스톰(brain storm)'이 정신착란을 뜻하듯이 고도의 생산적인 지식과 이성의 바탕 없이 '마구잡이 토끼'식 토론을 벌였을 경우 그 감당키 어려운 소모성 폐해를 암시했던 건 아닐까. 다시 말해 그다지 명도(明度) 높지 못한 머리들의 저질 토론이란 5명이 했을 때 5×5의 이른바 시너지(相乘)효과보다는 5÷5의 상제(相除)효과를 초래하기가 십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에 필수 불가결한 게 토론이다. 학습에 있어서도 '버즈 학습(buzz session)'이 효과적인 것은 검증이 끝난 지 오래다. '버즈 세션'이란 마치 벌들이 윙윙거리듯이 활발하게 개회, 토론을 벌인다는 뜻이듯이 강사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닌 소수 수강자의 토론 학습 방식이다. 다만 '토론'이라는 용어만은 적절치 못하다. '공비 토벌'이라고 할 때의 그 '칠 토(討)' '공격할 토'자의 '토론'은 디스커션, 디베이트보다는 시비에 가까운 아규먼트(argument)와 디스퓨트(dispute)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토론'보다는 '논의' '협의'가 낫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에서 '토론공화국'을 제안했다니 말이다. <오동환 (논설위원)>오동환>
토론공화국
입력 200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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