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본래부터 '4'라는 숫자를 싫어한다. 죽을 '사(死)'자에서 오는 발음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빌딩 엘리베이터에는 4층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를 아주 싫어한다. 최후의 만찬에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포함해 열세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요일이 겹치면 '13일의 금요일'이라 해서 최악으로 생각한다.
좋아하는 숫자도 물론 있다. 서양 사람들은 '7'이라는 숫자를 행운의 '럭키 세븐'으로 여긴다. 우리 민족은 어떨까. 당연히 '3'이라는 숫자를 대부분 꼽는다. 다른 민족도 '3'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3'을 좋아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들이 너무도 많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인 환웅 단군에서부터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의 부하 '셋'과 무리 '3'천명을 데리고 신시(神市)를 열었다.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라든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三政丞), 삼칠일(21일), 삼신(三神)할머니에 고조선의 건국도 공교롭게 기원전 2333년이다. 이것 말고도 기미년 3월에 33인의 이름으로 발표한 독립선언서에도 공약 3장이 붙어 있다. 지명이나 회사 이름 앞에도 '삼(三)'이라는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지 많다.
최근 한 신문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이라는 숫자를 유난히 좋아한다고 보도해 흥미를 끌었다. 실제로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할 때 그는 '세 가지 원칙' '3단계' '3대 과제' 등 3이라는 숫자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3'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역시 우리 민족의 좋아하는 숫자에 대한 정서와 크게 다를리 없다는 생각이다.
여하튼 '3'은 앞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숫자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안정감 때문일까, 효용성 때문일까, 아니면 '3'이 가진 이상 때문일까…. 다사다난했던 2002년을 뒤로 하고 2003년 새해의 1월도 절반이 지나갔다. 끝이 '3'자로 끝나는 올해에는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숫자 만큼이나 마냥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이준구 (논설위원)>이준구>
숫자 이야기
입력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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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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