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자살한다. 1988년 4월30일 뉴델리 동남쪽 칸푸르(Kanpur)시의 한 원숭이가 고압선에 걸려 죽자 아내 원숭이가 10일 동안 울부짖다 같은 고압선에 뛰어올라 자살했고 94년 7월 중국 무단장(牧丹江)시에서는 처마 밑에 애써 지은 '주택'을 5번이나 철거당한 제비 부부가 그만 대문간에 머리를 박아 자살했다. 95년 8월 내몽골에서도 수백마리의 양과 염소떼가 호수에 뛰어들어 원인 모를 집단자살을 감행했고 레밍(나그네쥐)떼의 절벽 자살과 고래 떼의 해안 자살도 흔한 일이다.

하물며 인간이랴. 구약성서만 봐도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Saul)과 다윗의 참모 아이도벨(Ahithophel), 시므리(Zimri)왕이 자살했고 신약에선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가 자살했다. 멀리는 클레오파트라, 세네카, 네로, 항우, 굴원으로부터 가까이는 히틀러와 롬멜장군에 이르기까지 자살한 영웅, 위인과 천재만도 어찌 다 열거할 수 있으랴.

요즘의 자살도 너무 흔하다. 장기 불황으로 하루 평균 100명의 일본인이 자살하고 있고 중국 젊은이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실연이나 왕따, 성적불량 정도라면 그래도 인정할 수 있는 10대들의 자살 이유인지 모른다. 여드름 남드름(?)이 심해도 자살하고 살이 쪄도, 햇빛이 너무 쨍쨍해도 자살한다. 찬란한 햇살을 즐기며 모두들 행복해 보일 때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우울 도수는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몹쓸 '자살방법론'이나 '자살안내서'까지 10대들의 자살을 부추긴다. 91년 5월 미국 뉴욕서 발간된 불치병 환자 자살 안내서 '마지막 출구(Final Exit)'가 출간 7개월만에 52만권이나 팔려 베스트셀러 1위가 됐고 93년 일본서 나온 '완전자살 매뉴얼'도 넉달만에 17만부나 불티가 나버렸다. 80년대초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자살 그 실행방법'도 마찬가지다. 돈만 벌면 어떤 책을 써도 좋다는 '배짱'들도 불살라버리고 싶지만 그런 책을 읽어주는 베스트셀러 심리들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경찰청이 한 달 동안 인터넷 자살 사이트 집중 단속에 나섰다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단속보다는 가정, 학교, 사회 트라이앵글의 부드럽고도 간곡한 계도가 절실하다.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