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결혼식의 가장 귀중한 예물은 반지이다. 결혼반지는 혼인서약의 상징이자 평생반려인 남편과 아내의 영혼을 하나로 묶어주는 소중한 징표다. 문헌상 반지가 결혼의 상징으로 사용된 기록은 로마시대부터다. 약혼서약의 증표로 금반지나 철반지를 주었다는데 신분에 따른 구별이지 싶다. 결혼서약으로 반지가 사용된데 대해서는 이설(異說)이 분분하다. 태양신을 숭배한 이집트 문명의 영향설도 있고 유대인의 관습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그라미(圓)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신념이 반지로 승화됐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즉 영원불멸과 부활의 믿음을 시작도 끝도 없는 동그라미에서 추구했고 그 것이 반지로 구현됐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반지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상징하는 정표였다. 반지(斑指)는 한짝뿐으로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여자들의 장신구였던 반면, 지환(指環)이라 불리는 가락지는 반지 두 개가 한쌍으로 결혼한 여인이 끼는 것이라 한다.
결혼반지의 의미가 이렇게 크니 이를 둘러싼 에피소드도 엄청나다. 지난해 2월 한·미정상회담차 방한한 부시 미대통령을 수행한 카렌 휴즈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청와대 리셉션에서 결혼반지에 박힌 대형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는 낭패를 당했다. 청와대는 난데없는 다이아몬드 수색작전을 펼쳐 이를 되찾아 주었고 카렌은 감격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 정상의 노선 차이로 어색했던 양국관계를 다소나마 진정시켜준 여담 아닌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부부는 유명한 보석 디자이너 다미아니에게 5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자신들만을 위해 디자인된 결혼반지를 복제해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최근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빚졌던 결혼반지를 돌려주었다고 해서 화제다. 30년 전 고시생이었던 남편을 위해 결혼 금반지를 팔아 녹음기를 사주었단다. 이제 부부가 백금 커플링을 사이좋게 나누어 끼고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으니 그 감개가 새삼스러울 것이다. 노 당선자가 하나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지난 대선에서 결혼반지까지 벗어 후원해준 국민의 성원이다. 노 당선자는 이래저래 반지 빚이 많은 셈이다. <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결혼반지
입력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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