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엄하고도 방자하기 그지없는 명칭이 '인공위성(artificial satellite)'이다. 천지창조주의 작품인 위성을 감히 인간이 만든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천지창조주 흉내에 불과하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건 하나의 작은 '모형 위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모조(模造) 위성'일뿐 '인공 위성'은 아니다. 지구의 위성인 달만 하더라도 반지름이 1천738㎞에다 지구의 약 50분의 1 크기가 아닌가. 그런 '제2의 달'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풍에 밀려 떠가는 돛단배라도 연상할지 모르지만 '우주선(space ship)' 또한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냥 '우주 물체' '우주 항공기'쯤이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86년 1월28일 발사 도중 폭발한 '챌린저(challenger)호'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명칭이다. 천지창조주의 대작인 대우주에 감히 '도전자'로 뜨다니! '챌린저호'와는 반대로 착륙 몇 분 전에 폭발해 17년 전 그 때와 똑같이 행운의 숫자 7도 무색하게 승무원 7명이 몰사한 이번 '콜럼비아호'만 해도 이탈리아 '항공인'이 아닌 항해가 콜럼버스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그 역시 적절치 못하다. 작년 3월 발사한 중국의 세 번째 무인 우주선 '신의 배(神舟)' 또한 발사 센터 이름인 酒泉부터가 엉뚱한데다 신의 노여움을 사기 딱 좋은 이름이다. 94년 4월의 중국 최초 정지 기상위성 '風雲 2호'나 2004년 발사 예정인 일본의 첫 우주 스테이션 '기보(희망)' 등이 적절하고도 로맨틱하고 괜찮은 이름일지 모른다.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 비행에 성공한 게 이미 40여년 전인 61년이었다. 이제 국가간 우주 개척 경쟁에 가속이 붙었다. 90년 12월엔 일본 TBS(東京放送)의 아키야마(秋山豊寬)가 첫 우주 특파원으로 소련 우주선 소유즈에 탑승했고 2001년 4월엔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가 2천만달러(약 240억원)를 내고 첫 우주 관광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우리도 우리별 1호를 92년 8월에 발사한 바 있다. 그런데 '우주 정복'이나 '도전' 등 겁 없는 방자함보다는 보다 낮은 겸손한 자세로 치밀하고도 또 치밀한 제작 과정을 거쳐야 할 듯싶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