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금연(禁煙)운동은 이미 80년 전에 시작됐다.” 경남 진주시의 한 향토사학자가 펼친 주장이다. 엊그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1921년 동아일보 진주지국장 김의진 선생이 진주청년회관에서 처음 금연에 대한 강연을 했고, 1923년 1월 신년강연회 때 본격적인 금연계몽을 시작했다.

또 같은 해 1월29일 진주여성금연동맹회 창립총회가 개최됐으며, 그해 2월9일자 동아일보에 전국 최초의 여성금연단체가 조직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의 말이 모두 맞는다면 어쩌면 우리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연운동을 시작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긴 금연운동 역사가 차라리 무색하리만큼 우리 국민의 금연 상황은 결코 좋다고 할 형편이 못된다.

지금 우리 나라 남자 성인의 흡연율은 무려 70%에 가까워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청소년 및 여성들의 ‘흡연 전염병’까지 급속히 번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몇달 전엔 국회의원들이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애연가들의 반발이 결코 녹녹찮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 부탄(Bhutan)이 곧 세계 최초로 금연국가가 되리란 소식이다.

한국의 절반 정도 넓이에 인구 209만여명의 이 소왕국은 현재 전국 20개 행정구역 가운데 이미 18개 구역에서 담배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정부의 강력한 주도와 국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호응이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자못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물론 그곳이라고 애연가들의 반발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담배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흡연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같이 소국이면서 무료 보건정책을 펴는 나라가 국민들의 나쁜 습관까지 보조할 수는 없다.”

이쯤 되니 애연가들이 제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반박할 말이 별로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한편으론 우리의 금연운동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