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에 쥐걸음' '고양이 달걀 굴리듯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 고양이를 비유한 속담이 꽤 많다. 그만큼 예로부터 사람과 친근했고 애완용으로 사랑받아온 증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들고양이들이 대도시 주택가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 인근 야산과 국립공원 심지어 대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서식하며 '작은 호랑이’로 군림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 이후 집에서 계속 버려지고 애완견에 밀려 버려진 고양이가 들고양이로 변해 주변을 놀라게 한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산을 끼고 있는 대학들일수록 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낮에는 산에 숨어지내다가 방이 되면 캠퍼스로 내려와 다람쥐, 비둘기, 까치는 물론 교내 연못의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또 학교 실험실에까지 침입해 대학이 식품 등의 보관과 출입문 통제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모 대학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보양탕 업소에 의뢰해 잡아가도록 하기도 했다.
당장 우리 주변을 돌아보더라도 이들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음식쓰레기통을 뒤지고 쓰레기 봉투를 찢거나 헤쳐놓는 바람에 생활환경을 오염시킨다. 아끼던 애완동물이 이제 혐오동물로 둔갑해가고 있으니 이것도 격세지감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이들 들고양이는 공수병과 임산부의 유산을 유발시키는 톡스플라즈마라는 전염병을 옮길 우려까지 있으나 생태조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견디다 못한 지자체들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환경부가 유해동물로 지정한 만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구제사업을 벌이고 일반인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잡을 수 있지만 과천시가 아예 예산을 배정해 들고양이 불임시술에 나선 것이다. 들고양이를 포획해 수컷은 거세하고 암컷은 자궁 등을 들어내는 불임수술을 통해 번식을 억제키로 했다. 마리당 수술비 10만~15만원에다 동물보호소에서의 회복기간까지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포획과정이 비인간적이라면 동물애호가들의 항의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여하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해를 끼치는 동물들에게도 불임시술을 해주는 나라가 됐다. <李俊九·논설위원>李俊九·논설위원>
들고양이 불임시술
입력 200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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