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의 '고론(口論)'은 글자 모양만 봐서는 점잖은 토론이나 논의를 뜻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영어의 아규먼트(argument)나 디스퓨트(dispute)에 해당하는 '언쟁' '말다툼'이다. 그런데 그런 말싸움, 말시비는 흔히 몸싸움과 주먹다짐으로 발전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들의 '口論'은 폭력을 상징하는 말이 돼버렸다.

중국어의 말다툼은 '차오'다. 입 구(口)변에 적을 소(少)자가 붙은 글자가 '차오'다. 아마도 '말다툼을 적게 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마치 입 '口'변에 많을 '多'자라도 붙은 것처럼 말다툼은 잦다.

중국인은 또 사람을 때리는 것을 '다렌(打人)'이라고 한다. '때릴 타(打)'자는 손을 뜻하는 '●'와 상놈을 의미하는 '丁'자가 합쳐진 글자다. 그러므로 상놈이 손으로 때리는 게 구타다. 한데 '打'자 말고도 '●'에 '女'가 붙은 글자도 있어야 할 듯싶다. 매맞는 아내뿐 아니라 매맞는 남편도 늘어가기 때문이다.

2001년 7월 9일자 뉴욕포스트는 미국 가정 폭력 피해자의 3분의 1 이상이 남성이라고 했다. 그리 된 이유가 흥미롭다.

남성들은 폭력을 휘두르면 아내가 다치고 경찰을 부를 것이 뻔한 반면 아내들은 폭력을 행사해도 그럴 염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선가 퍼스트레이디의 주먹에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눈으로 98년 8월 '위클리 월드 뉴스'지 표지 모델이 된 클린턴부터가 매맞는 남편의 대표처럼 돼버렸고 그런 남편의 가출이 늘면서 'Families need Fathers(가정은 아빠를 필요로 한다)'는 명칭의 '피학대남성보호소'가 영국에 문을 연 것도 이미 93년 1월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매맞는 아내가 많다. 영국의 BBC는 작년 3월 19일 스페시오자 카지브웨 우간다 여성 부통령이 남편의 폭력을 고백, '여권(女拳)'이 아닌 여권(女權) 논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무엄하게도 부통령 아내 구타에 '상놈의 손(打)'을 마구 휘둘렀던 모양이다. 그런데 맨손도 아닌 야구방망이로 돈 잘 버는 아내를 구타, 중상을 입히는 남편은 뭐라고 해야 하는가. 야차(夜叉)도 저승사자도 따로 없지 않은가. /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