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민주주의를 아는지 데모에 나선다.
꼬마 코끼리가 열차에 받혀 죽자 코끼리 떼가 몰려가 철길을 가로막고 울부짖는 바람에 장장 12시간이나 불통된 소동은 90년 9월24일 인도 타밀나두주 우타카문드 휴양지 부근에서 일어났고 원숭이 50여 마리가 경찰서를 포위한 채 항의하는 데모는 95년 12월14일 인도 벵골주 콜카타(캘커타)시에서 벌어졌다.
이유는 어느 교사의 집 정원에 뛰어들었다가 총에 맞아 죽은 원숭이 시신이 경찰서에 안치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지 마이크스의 소설 '소들의 데모'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의 사주에 의한 '우공(牛公)의 시위'도 걸핏하면 벌어진다.
하물며 오욕칠정(五慾七情)에 민감한 사람들이랴.
그게 민주주의의 프로필(옆얼굴)인지 뒤통수 그림인지는 몰라도 도무지 데모 없이 지새는 날이 없고 데모 안하는 집단이 어디 있을까 싶다. 데모대의 맨 뒤, 가장 먼 곳에 앉아 있든 서 있든 해야 할 대통령과 총리까지도 '질세라'다.
90년 5월14일의 파리 인종차별 시위대엔 미테랑 대통령도 끼여들어 하늘에다 주먹질을 해댔고 91년 10월17일엔 아메드 고잘리 알제리 총리가 투표권을 부르짖는 여성들의 연좌데모에 연좌했다.
종교인도 예외는 아니다. 95년 6월16일 서울에선 스님과 수녀들이 조계사 공권력 투입에 항의, 시위를 벌였고 작년 7월18일엔 북한산 관통로에 반대하는 스님들이 '3보 1배'라는 이색 데모를 했다. 심지어는 데모를 막아야 할 경찰까지도 97년 1월23일엔 뉴욕에서, 바로 지난 11일엔 베네수엘라에서 밀린 임금을 달라며 시위를 해댔다.
이색(異色) 데모도 가지가지다. 스페인풍 엉덩이 시위를 비롯해 호주식 나체 시위, 홍콩식 가면 시위는 보통이고 보통도 아닌 별의별 시위도 다 있다.
그런데 가장 적은 '1인 시위'에 반해 어제오늘 전세계적으로 일제히 벌어졌고 벌어지는 반전(反戰) 시위는 '최다 시위대'의 기록을 연일 경신할 추세다. 마치 외계를 향한 지구별 인구의 합동 시위 같지 않은가. 'No War(전쟁은 안돼)' 'No Bush(안돼 부시)' 구호야 외계인이 읽든 말든, 듣든 말든 반전 데모 효과만은 100% 거둬지길 기대해 본다.
반전데모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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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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