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양(羊) 돌리가 지난 14일 생을 마감했다.

1996년 7월5일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포유동물로 탄생한 돌리는 평균 수명의 절반이 안되는 만 6년7개월을 살다가 안락사 당했다.

신(神)의 섭리 대신 인간의 조작으로 태어난 돌리는 죽음마저도 인간의 간섭에 의해 결정된 셈이다. 97년 2월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암양의 젖샘세포를 복제해 얻은 돌리를 세상에 선보이자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체세포 복제의 성공은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인도하는 생명창조의 열쇠로 여겨졌다. 무한한 자기복제를 통해 영생불사에 대한 희망은 생명창조의 주관자인 신으로부터의 인간 해방을 의미하는 천지 창조 이래 가장 위대한 기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기적이 인류 최악의 오만으로 드러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 인간은 생명창조에 대한 무모한 도전의 결과에 절망하고 있다. 돌리는 4마리의 새끼까지 낳았지만 조로의 기미를 보여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돌리 탄생 이후 경쟁적으로 벌어진 체세포 복제 결과 소, 염소, 쥐, 고양이 등 수많은 복제동물이 탄생했다. 한국에서도 99년 복제소 영롱이가 태어나 복제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복제동물 대다수는 사산하거나 심각한 기형을 안고 태어났다. 지난해 2월 태어난 복제고양이 ‘Cc’의 경우 188차례의 복제시도 끝에 82개의 배아를 얻어 그중 빛을 본 유일한 생명체였다.

복제동물의 사산, 기형, 급사, 조로 현상은 면봉으로 자신의 체세포를 긁어내 복제공장에 맡기는 것만으로 종을 보전하고 영생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꿈꾸는 인간에 대한 신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유엔이 '인간복제금지 국제협약' 제정을 서두르고는 있으나 이를 무시하는 집단에 의한 '인간 아닌 인간'의 출현 가능성은 여전한 실정이다. 인간복제의 완성을 선언한 '라엘리언 무브먼트'와 같이 복제를 통한 인간영생을 믿는 광신적 집단들이 음습한 공간에서 계속 신의 영역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검을 마친 돌리는 에든버러 박물관에 전시된다고 한다. 진열장 언저리에 '인류 최악의 오만이 빚어낸 희생양(羊)'이란 비문(碑文)을 세워 무모한 도전자들을 경계하면 어떨까 싶다.
/윤인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