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시절 빚이 무려 1천100만달러나 됐었다.
몇가지 소송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그중 700만달러는 간신히 갚았지만, 2년 전 그가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도 여전히 400만달러의 빚이 남아 있었다. 빚더미에 오른 대통령, 우리네 상식으로는 사뭇 낯설기만 했다. 빚은커녕 수천억원씩 비자금을 챙기는 전직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보아온 탓이리라.
하긴 7년여 전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국민들은 긴가민가 했었다.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 그것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자 분노에 앞서 차라리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그때 전두환 전대통령은 자그마치 9천500억원의 비자금을 통치자금 명목으로 조성했고, 노태우 전대통령은 5천억원 정도를 챙긴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재판부는 전씨와 노씨에게 각각 2천205억원과 2천628억원의 추징금 납부 판결(1997년 4월17일 대법원 확정)을 내렸다.
당초 검찰이 뇌물로 규정, 기소한 액수는 전씨가 2천259억5천만원, 노씨가 2천838억9천600만원이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조금씩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때 두 사람에겐 성공한 쿠데타(?) 죄까지 적용돼 각각 무기징역과 17년 징역도 함께 선고받았지만, 그해 12월 본형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아마도 그게 그들의 배짱을 키워준 모양이다.
재판부 확정 판결이 나온지 이미 6년 가까이 지났건만, 아직도 추징금 미납액이 합계 2천445억원이나 된다. 마치 ‘추징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일부러 버텨온 느낌마저 준다. 오죽하면 당국이 추징금을 받아낼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전 서울지검이 ‘전씨 미납분’ 1천890억원 환수를 위해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했다고 한다. 역시 잊지는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름대로 그들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려는 집념이 자못 돋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 특별사면 때 최소한 ‘추징금 완납’ 조건이라도 내세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전혀 없지도 않다. 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그나 저나 끝까지 추적이 잘돼야 할텐데….
朴健榮<논설위원>논설위원>
은닉재산 추적
입력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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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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