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의 '利'자는 '이로울 이'자이면서 '날카로울 이'자다. 이롭고 편리한 만큼 찔리고 다치기 쉽다는 뜻이다. 영국의 찰스 피어슨이 두더지 구멍을 보고 착상했다는 지하철만 해도 그렇다. 1843년 피어슨이 런던시 의회에 지하철 건설을 제의했을 때 그는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다. 죽으면 땅 속으로 갈 것을 살아서 앞당겨 가고 싶으냐는 반대로 10년이나 미뤄졌고 드디어 세계 최초 런던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20년 뒤인 1863년이었다.
그것도 처음엔 시커먼 연기와 함께 증기기관으로 달리다가 1890년에야 전기로 운행, 오늘의 런던 교통 분담률 72%를 자랑한다.
지하철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인 까닭은 두더지 굴속 같은 구조상 문제점 때문이다. 1987년 런던 지하철 킹스크로스역 화재 때는 30명이 숨졌고 95년 옛 소련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 지하철 화재 때는 무려 340여명이나 소사(燒死)했다.
지하철 폭탄 사고도 빈발한다. 같은 95년 파리 중심가 생미셸역에서는 과격 회교분자가 설치한 폭탄이 터져 7명이 죽고 80여명이 다쳤고 다음 해 모스크바에서도 테러범이 터널에 설치한 폭탄으로 지하철 승객 4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지하철 가스 테러도 무섭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고든 토머스의 '살인 향수(Deadly Perfume)'를 모방했다는 일본 옴진리교의 마(魔)의 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로 12명이 사망, 무려 5천500여명이 상해를 입었고 그 해 요코하마(橫濱)역 가스 살포로 500여명이 부상했다. 런던과 도쿄처럼 노후 지하철의 탈선이나 붕괴도 경계할 일이다. 지난 1월 25일만 해도 런던 지하철 센트럴역에선 4개 차량이 탈선, 30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번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야말로 너무나 참혹하고 끔찍하다. 치가 떨리도록 분하고 안타까운 것은 흉기를 든 20대 흉악범도 아닌 50대 장애자의 섣부른 짓을 어떻게 그렇게 막지를 못했느냐는 것이고 화재가 난 뒤에도 어떻게 또 그렇게 철두철미 속수무책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철저한 예방책과 사후 처리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
지하철 참사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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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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