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중국의 역사는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삼황은 천황(天皇)·지황(地皇)·인황(人皇)을 일컫지만, 문헌에 따라서는 복희(伏羲)·신농(神農)·황제(黃帝)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유명한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한나라 무제 때 인물)은 삼황의 전설을 믿을 수 없었는지 이를 제쳐놓은 채 오제본기(五帝本紀)서부터 사기를 기술했다. 사마천은 오제로 황제(黃帝)·전욱·제곡·요(堯)·순(舜)의 다섯 임금을 들고, 이들이 문명의 기반을 닦았으며 나라의 기틀을 잡아나갔다고 썼다.
그런데 그 오제 가운데 마지막 두 임금인 요와 순은 적어도 동양사회에선 퍽이나 유명세를 치러온 인물들이다. 두 임금은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을 뿐 아니라, 백성들도 아무런 근심 걱정 부족함 없이 역사상 가장 복되고 편안한 삶을 누렸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孔子)가 ‘요·순시대’라는 말을 만들어 쓴 이래 요·순시대라면 으레 태평성대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이른바 정치의 이상향(理想鄕)이라면 당연히 요·순시대를 일컫게 된 것이다.
“단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굶주리거나 죄를 범한다면, 그것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요와 순 두 임금은 이같은 마음가짐으로 나라를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백성들은 다음과 같은 격양가(擊壤歌)를 널리 부르며 태평성대를 구가했다고 한다.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해 지면 들어와 쉬네/우물 파서 물 마시고/농사지어 먹고 사는데/제왕의 권력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 얼핏 보기에 특이할 것 아무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간편한 삶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그런 세상을 만들기가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마음에 그리며 추구해온 정치의 이상향이 되어온 것을 생각하면.
때마침 새 정부가 출범했기에 사람들 마음 속에 수천년 동안 이상향으로 자리잡아온 요·순시대를 더듬어 보았다. 물론 21세기에서 요구되는 태평성대는 조금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박 건 영〈논설위원〉
理想鄕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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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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