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고 싶다〈뉴욕 포스트〉. 프랑스가 배운 기술이라고는 후퇴와 도망밖에 없다〈워싱턴 포스트〉. 프랑스는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의 뚜쟁이가 되려고 울부짖는 쥐〈월 스트리트 저널〉. 겁쟁이들 만세(Vive les Wimps)〈뉴욕 포스트-프랑스인들의 구호 프랑스 만세(Vive la France) 패러디〉. 미국은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펜타곤(미 국방부)이 미리 입안한 전쟁 계획에 줄을 세우려는 눈꼴 사나운 짓을 하고 있다〈르 피가로〉. 전쟁 반대 공동성명을 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전쟁 반대 축(Axis against War)〈리베라시옹-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 패러디〉’.
이라크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를 대신해 양국 언론들이 쏟아부은 ‘말(言) 전쟁’ 문구들이다. 전쟁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기발한 말 솜씨들이 우선 감탄스럽다. 또 어떤 기막힌 표현들이 쏟아질지 사뭇 기다려지기도 한다.
여기에 영국 언론들도 가세했다. 그들의 말 솜씨 또한 수준급(?)이라 몇마디 옮겨본다.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는 지렁이.” “치사한 프랑스 벌레가 독재자의 피묻은 손과 악수했다.”
영국 최대 대중지 ‘선(Sun)’을 비롯한 대다수 영국 언론들이 시라크와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퍼부운 비난이다. 그런가 하면 BBC 방송은 시라크를 ‘바람둥이’ ‘3분짜리 남자’ 등으로 묘사했다.
BBC는 시라크의 운전기사였다가 해고된 장 클로드 르몽이 쓴 책을 인용, “여당의 여직원들은 성관계를 신속히 해치우는 시라크를 그렇게 부른다”고 밝혔다.
이제 자국(自國)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색적 인식공격 등도 마다않는 게 언론의 사명으로 된 모양이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들의 주저없는 애국심(?)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만에 하나 북한 핵(核)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의 이견 차가 아주 커진다면, 그때는 어떨까. 한국과 미국의 언론들도 이처럼 재미있는(?) 말 싸움을 벌일까. /박 건 영(논설위원)
말 싸움
입력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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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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