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국적을 가졌던 역사 인물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유태(유대)인 출신인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와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워, 독일의 시인 하이네, 역시 독일의 정치학자 경제학자 철학자이자 공산주의 시조 마르크스부터가 그렇다.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과 소련 혁명영화의 거장 세르게이 에이젠시테인, 영국의 명 재상 디즈레일리와 영국의 신문 재벌 로버트 맥스웰도 유태인 출신의 두 나라 국적 소유자였다.

2중 국적을 거친 유명 현대인 또한 많다. 미국의 기업 영웅 아이아코카는 이탈리아계 이민 출신이고 AI(국제사면위원회) 창설자인 에이레의 맥브라이드는 프랑스, 미국의 명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스코틀랜드 출신인가 하면 이스라엘 총리 샤미르는 폴란드, 퐁피두의 브레인이었던 발라뒤르 프랑스 총리는 터키, 88년 미국 대통령 후보 듀카키스는 그리스, 페루 대통령 후지모리(藤森)는 일본 출신이다.

미국의 천재 외교가 키신저는 어떤가. 유태인의 아들로 남부 독일에서 출생했으니까 혈통주의 원칙에다 생지주의(生地主義)가 더해진 국적법에 의하면 이스라엘→독일→미국의 3중 국적을 거친 셈이다. 미국의 천재 영화감독 스필버그도 유태인이다.

2중 국적 시비가 없는 나라는 없을지 모른다. 재미교포의 미국 시민권자 90% 이상이 고국의 재산권 행사 등을 우려해 한국 국적을 그대로 갖고 있듯이 다른 나라도 거의 그렇기 때문이다.

문제는 터키와 미국 국적을 2중으로 가진 채 93년 6월 취임했던 실레르 터키 총리와 같은 예라든지 병역 등을 기피하기 위한 고의적인 2중 국적 취득이다. 꽉 막힌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시각이 아니더라도 두 개의 조국과 두 개의 모국은 아무래도 혈통상 좀 어지럽고 충신은 두 임금을, 충민(忠民)은 두 나라를 섬기고 받들지 않는다는 국민 정서에도 뒤틀린다.

그러나 지금은 국경 없는 풀 인재 시대다. 합리적 기준을 마련, 이번 정보통신부장관 아들의 경우처럼 더 이상 2중 국적 시비가 불거지지 않게 해야 하고 뛰어난 인재의 진로도 틔워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왜 시빗거리의 사전 정비를 못하는지 답답한 일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