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700여년 전 중국의 삼국시대. 촉(蜀)나라 재상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위(魏)나라 토벌을 위해 출진하면서 촉제(蜀帝:촉나라 황제) 유선(劉禪)에게 상주문을 올렸다.

이것이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로서 “이 글을 읽고 울지 않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란 말이 나올 만큼 천고(千古)의 명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신 제갈량 아룁니다. 선제(先帝)께서 창업의 뜻을 반도 이루시기 전에 붕어하시고…”로 시작되는 이글은 나라의 장래 및 국가 대업을 위한 사람 쓰는 일 등으로부터 선제 유비(劉備)의 은덕, 출진해야만 하는 이유, 황제에 대한 충심 등을 두루 쓰고 나서 이렇게 끝맺고 있다. “신이 이제 먼 길을 떠나려 합니다.

이 표를 올려 선제와 폐하의 은혜를 기리고자 하였으나, 자꾸 눈물이 솟아 더 이상 무슨 말을 아뢰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구구절절 선주(先主)에 대한 추모의 정과 후주(後主)에 대한 충성이 배어 있다고 평가되는 이 글은, 일찍이 소동파(蘇東坡)가 서경(書經)의 이훈(伊訓), 열명(說命)의 두 편과 견주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10여년 전 걸프전에 돌입하기 직전 당시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로부터 받은 편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그때(1990년 12월31일) 아버지 부시가 자신을 포함한 다섯 자녀에게 편지를 보내 ‘병력을 전쟁터에 보내야 하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편지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심경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에 비유하면서 “지도자란 비판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점점 많아지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소신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가르쳤다고도 했다. 자못 그 옛날 제갈공명의 비장감을 연상케 해준다. 이런 것도 혹 일종의 출사표가 아닐는지.

만약 지금의 부시 대통령과 또 그와 맞서려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출사표를 쓴다면 어떤 것이 될까. 혹 이런 말들이 들어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평화의 전주곡은 폭력이다.” “모르는 말씀, 그건 배짱이다.” /朴健榮(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