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우리는 비극적인 뉴스를 접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우(友)였던 노점상 최옥란씨가 턱없이 모자라는 정부의 생계급여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위헌소송까지 냈지만 끝내 자살하고 말았다.

이 비극적인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최씨의 죽음은 장애우들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었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경우도 적지 않다.

볼펜을 입에 물고 학문을 연구해 미 연방정부의 연구원이 된 김인호 박사, 휠체어에 삶을 의지한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12년간 미국을 통치한 소아마비 루스벨트 대통령, 맹농아(盲聾啞)인 삼중고(三重苦)의 성녀(聖女) 헬렌 켈러 여사, 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어린 시절 배가 고파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불에 데어 약지와 새끼 손가락이 망그러진 왼손타자 장훈 등 수없는 사람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우뚝 섰다.
 
모두가 고결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손짓으로밖에 의사를 전달 못하는 농아인들은 손이라도 갖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은혜의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손이 축복인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 역시 21세때인 케임브리지 대학원생 시절 루게릭 병이라는 불치병을 선고받았지만 옆 병상에 누워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한 소년의 고통을 보고 세상에는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연구했다고 한다. 하물며 정상인인 우리들은 어떤가.
 
경기도내 곳곳에서 특수학교를 설립하려 하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어느 곳은 10년 가까이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장애우들과 같이 있기를 꺼리고, 그들이 오면 집값이 떨어지고 자녀교육에 지장을 준다고 난리가 아닌 모양이다.

교통사고 1위, 산업재해 1위의 나라에서 언제든지 우리도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국민소득 1만달러를 지향하며 선진국으로 간다는 소리가 부끄럽다. OECD국가는 무엇이며 21세기 선진복지사회는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李俊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