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살펴보면 첨단 신(新)무기가 한 민족의 운명과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은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조선과 일본간의 7년 전쟁에서 일본이 조총(鳥銃)으로 초반 전세를 장악했으나, 조선은 명장 이순신이 발명한 첨단 철갑전투함 거북선으로 전세를 반전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첨단의 해상무기와 육상무기가 격돌한 점 만으로도 세계 전사(戰史)에서 비중있게 다뤄질만 하다.

미국이 오늘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도 첨단무기의 발달사와 무관하지 않다. 서부개척 시절 미국의 선조들이 원래의 땅주인이던 인디언들을 청소하는데는 연발 라이플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백인 이주민들은 라이플의 화력과 감언이설로 코만치·아라파호·샤이엔 등 위대한 인디언 부족들을 들소가 뛰노는 그들의 대지로 부터 격리시켰다. 2차세계대전의 피날레인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것도 미국이 개발한 20세기 첨단무기인 원자폭탄이었다.

인류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는 히로시마 35만 인구중 14만명을 저승으로 보냈다. 일본이 가공할 살상력을 보인 '꼬마'의 정체가 원자폭탄임을 알게된 것은 그로 부터 한참 뒤의 일이다.

초(秒)재기에 들어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현실화되면 이라크 전역은 미국 첨단무기의 향연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E-폭탄'(전자폭탄)이 대표적이다. 정식명칭이 'HPM탄'인 전자폭탄은 폭발하면서 후버댐이 하룻동안 생산하는 20억와트의 전력을 내뿜어 이라크군의 전자신경망을 무력화시킬수 있다.

창졸지간에 이라크군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는 셈이다. 위성유도를 받는 토마호크와 열감지기로 적탱크를 타격하는 'BAT탄'이 이라크군을 영문 모를 죽음에 몰아넣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첨단 방송장비를 갖춘 EC-130 '코만도솔로'가 상공을 누비며 가짜 후세인의 목소리로 항복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라크를 '강건너 불'로 여길 입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핵무기 보유설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북한과 세계 최강의 첨단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으르렁거리는 마당에, 우리 입장도 매우 절박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윤인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