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과 노태우 전대통령. 그들은 고향이 같은데다 같은 육사 11기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생도시절부터 5성회다 7성회다 하면서 우정을 쌓았고, 군대생활도 ‘하나회’를 같이 꾸리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

1979년 12·12쿠데타도 함께 일으켰고, 이른바 신군부의 제5공화국도 힘을 합쳐 세웠다. 심지어 대통령직까지 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6공화국 노태우 대통령 식으로 서로 넘겨주고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30년 넘는 우정은 노 전대통령이 전 전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으면서 하루 아침에 금이갔다. 들리는 말로는 퇴임 후에도 상왕(上王)으로 남으려는 전씨를 노씨가 결코 용납할 수 없었고, 끝내는 전씨 내외가 백담사로 갈 수밖에 없게된데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깊은 속내야 당사자들이나 알 일이다. 그야 어찌됐든 두 사람은 그 후 감옥까지 나란히 다녀왔지만, 그래도 그들 갈등의 골은 여전히 메우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들 간의 갈등은 그들 두 사람에게만 한정된 건 아닌 모양이다. 얼마 전 김영삼 전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밖에서 만났을 때 DJ(김대중 전대통령)가 ‘이것 저것 잘못했다. 화해하자’고 했다.

그래서 당시에 ‘국민 앞에서 얘기하면 화해하겠다’고 했으나 국민 앞에서 안하더라.” 두 사람 역시 차례로 대통령(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을 거쳤지만, 껄끄러운 사이인 게 분명한듯 싶다. 하기야 국민들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고 보니 생존 5명의 전직 대통령들 중 오로지 한사람(최규하 전대통령)만 빼고는 모두 척을 지고 있는 셈이 됐다. 그것도 둘씩 둘씩 짝을 지어서. 차례로 대통령직을 거치면 서로 반목해야 되는 무슨 징크스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나 저나 과거지사야 어떻든 그래도 원로 중 원로라 해야할 이들의 갈등 반목이 왠지 민망하다.

그들도 현직에 있을 때는 누구보다 화합을 강조(?)했던 걸로 기억되는데. 하기야 바로 이런 것들이 곡절 많은 우리네 정치사의 한 단면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긴 하지만./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