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 물이 남아돌던 시절, 물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어찌 보면 사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이 금보다 귀한 날이 오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선각자일지 모른다. 실제 물부족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구는 나날이 늘고 물은 점점 줄고 있다.
지구상 물의 총량은 13억8천500만㎥.이 중 97.4%는 바닷물 등 짠물이고 담수는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은 빙하나 지하수이고 호수나 하천 등 곧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지구상 전체 물의 0.0072%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8개국이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쿠웨이트의 경우 이란으로부터 하루 20만t의 물을 수입하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바이칼 호수의 물이 페트병에 담겨 팔리고 있다.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물을 그대로 먹지 못하는 나라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해 벨기에, 남아공화국 등 12개국도 이미 지난 90년에 UN에 의해 물 부족국가군으로 분류됐다. 우리도 이대로 가다간 중국 등지로부터 물을 사다 마셔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런데도 우리의 물소비는 '물 쓰듯' 하고 있다. 이제 정말 '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없어져야 한다. 물의 소중함과 이를 아끼기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인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3천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물이 없어 숨지는 어린이만도 하루 평균 5천명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산하 NIC도 ‘2000년 세계 물동향보고서’에서 2015년 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명 이상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 부족은 또 곡물생산의 감소를 가져와 세계적 식량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20세기 국가간 분쟁의 주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분쟁의 원인이 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물소비량은 지난해말 기준 395ℓ다. 프랑스 281ℓ, 영국 323ℓ, 일본 357ℓ에 비해 많다. 이 가운데 25%가량은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젠 정말 물기근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다./이준구(논설위원)
세계 물의 날
입력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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