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옆얼굴을 닮은 클린턴은 닮은 덕을 별로 본 것 같지 않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큼직한 눈알을 굴리며 노려보는 요정 도비를 닮았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 영화나 책과는 별로 친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국가 원수를 닮아 시쳇말로 뜨거나 가라앉은 스타는 꽤 있다. 중국엔 마오쩌둥(毛澤東)을 빼닮은 귀유라는 배우가 있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와 널찍한 이마, 창백한 얼굴, 입술 밑에 붙은 가짜 사마귀까지 '붕어빵'인 그는 30여편의 영화에 마오(毛)로 출연, 톱스타가 됐다.

이마에 엎지른 갈색 페인트 같은 어루러기까지 고르바초프를 닮은 미국의 부동산 소개업자 로널드 내프는 맥주와 케첩 광고 모델로 떴고 '가짜 김정일' 2명도 지체가 딴판으로 달라졌다.

한데 전두환을 닮은 어느 TV 탤런트는 한 때 출연 길조차 막혀버렸다. 사담 후세인의 '판화(版畵)'들은 어떤가. 그의 언론 플레이 대역인 이라크 관영 TV 앵커 미크다드 무라드 외에도 '최소 3명'이라는 게 작년 9월26일 ZDF 독일 공영 TV의 보도였다. '유사 후세인'이라는 책을 봐도 그렇다.

19년간 '가짜 후세인'이었다가 미국 정보부와 쿠르드 반군의 도움으로 탈출한 저자 미카일 라마단은 납치→흉내 훈련→성형수술→활동 내용 등을 상세히 적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988∼2002년 후세인은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아랍의 유명 시사주간지 '알마잘라' 3월 첫 호에서 독일의 디터 부만 박사가 주장한 바였다. 그러니까 20일 오후 대미 항전을 호소한 TV 속 후세인도 가짜였을 것이고 미 CIA 분석 결과 목소리는 맞다니까 '입술 연기'만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1991년에 이어 이번 전쟁 역시 머리카락 보일라, 콧수염 보일라 꼭꼭 숨은 진짜 술래 '진짜 후세인' 색출하기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하루 6천억원의 전비(戰費)를 사막에 쏟아 붓는 것은 그의 몸값이 그만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사상 최대라는 증거가 아닌가. 반대로 이라크가 연합군 사살 보상금으로 내건 1천만원은 너무 낮은 몸값이 아닌가. 이래저래 슬프고도 불행한 일이다./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