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대서사시(大敍事詩)'라면 62년 데이비드 린(Lean)이 감독한 영화, 대사막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인물 로렌스(Lawrence)의 모험담을 그린 그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부터 연상할 올드 팬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막이란 육지에만 있는 건 아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 중심부의 바닷물 온도는 섭씨 25도로 거의 모든 생물이 살지 못한다. 그래선가 깊이 150m의 바다 속이 100m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청정 바다를 가리켜 '바다의 사막'이라 부른다.

기원전 4천∼2천년까지만 해도 북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은 푸른 강이 흐르는 대초원이었다. 그런 추측 근거는 첫째 공룡 화석 등 각종 동물 화석 발견, 둘째 길이 수십m의 나무 화석, 즉 규화목(硅化木) 발견, 셋째 기원전 8천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들소, 코끼리 등 동물 그림이 알제리 남부 타실리 고원에서 발견된 점과 그 곳 무덤의 녹색 벽화 발견, 넷째 '타시리나제르' 즉 '강이 흐르는 초원'이라는 뜻의 지명이 사하라에 있는 점 등이다. 한데 무서운 건 지금도 그침 없는 초원의 사막화다.

아무튼 그 '사하라(Sahara)'가 사막이라는 뜻이니까 '사하라 사막'이라고 하면 '사막 사막'이 돼버린다. 그런데 그 '사하라' 말고도 후식 디저트(dessert)에서 S자 하나가 빠진 영어 '데저트(desert)'도 있지만 아랍어의 '사막' 어휘가 '베도윈(bedowin)' '바디야(badiya)' 등 자그마치 90여가지나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만큼 사막화와 사막의 모래 폭풍에 익숙해져 있고 단련이 돼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데 그 사하라나 아라비아 사막을 휩쓰는 지옥 같은 모래 폭풍, 봄여름에 부는 모래 열풍을 아랍어로 '샤말(shamal)' 또는 '시문(simoon)'이라고 한다.

지금 이라크의 미·영 연합군이 그 샤말 열풍, 시문 광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91년 전쟁 때도 그들의 첨단 장비를 못쓰게 만들고 시야를 차단했던 똑같은 광풍이다. 불교에서 일컫는 사막의 수호신은 '심사대장(深沙大將)'이다. 그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