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교에서의 남녀공학은 사뭇 낯설기까지 했다. 물론 그때라고 남녀공학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극히 드물었을 뿐이다. 기껏해야 몇 안되는 예·체능 중·고교에다 궁벽한 시골의 몇 학교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대체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때부터는 으레 남녀가 따로 따로 공부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다 보니 몇 안되는 남녀공학교가 어쩌면 무척 부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남녀공학교가 제법 많이 늘어난 편이다. 어느 지역에나 한두 곳은 있게 마련이고, 특히 새로 문을 여는 학교일수록 남녀공학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히 남녀공학에 대한 예전의 부러움이나 어색함은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남녀가 스스럼없이 어울려 함께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이 전보다 많이 활달해졌다는 평도 일부에선 들린다.
그런데 요즘은 참 이상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많은 남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남녀공학을 한사코 기피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남녀가 자연스레 어울려 함께 공부한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듯도 싶은데….
하지만 그 깊은 사연을 들어보니 일면 수긍이 가면서 한편으론 사뭇 딱해보이기도 한다. 사연은 이렇다.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특히 예능과목에서 성적이 우수한데다, 수행평가의 기본이 되는 숙제도 꼬박 꼬박 잘해온단다. 그래서 대입 내신성적에서 남학생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에 있었다.
역시 유별난 교육열, 남다른 일류학교병으로 평판(?)이 자자한 우리네 국민답다. 이런 마당에 지나친 과외열풍, 일류학군 위장전입, 조기유학붐 내지는 '기러기 아빠’ 급증 따위를 한탄하려는 것부터가 차라리 쑥스럽다.
어떻게 해서든 내 자식만은 꼭 일류로 키우려는 심정이 한없이 가상하기도 한데, 과연 '일류학교 졸업생=성공한 자녀, 성공한 자녀=훌륭한 자녀’란 등식이 맞기는 맞는 것일까./박건영(논설위원)
남녀공학 기피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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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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