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하니까 흥분된다', '강한 걸로 꽂아주세요'. 한 정보통신회사와 음료회사의 광고다. 요즘 TV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노라면 민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광고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제작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처럼 광고에서도 남녀상열지사는 영원한 테마일 수밖에 없고 매출을 올리려는 회사들은 섹스어필 광고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항상 접하는 이같은 섹스어필 광고들은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에로틱한 상황으로 연결,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전파광고의 경우 외국에 비해 까다로운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 있기는 하다.

80년대 중반 D전자의 세탁기 광고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봉(棒)이 세탁기 안을 힘차게 돌고 아줌마 몇 명이서 '왼쪽, 오른쪽' 노래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이 광고를 보는 30대 주부들은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당시 시장점유율이 3위의 가전사(家電社)임에도 이 광고로 인해 매출이 30%나 늘었다. 제작자는 광고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대박'을 예감했다고 한다.

광고에 있어서의 에로티시즘 도입은 우리 나라도 30년이 훨씬 넘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 아이스크림 회사의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카피가 기억난다. 섹스어필한 우리 나라 광고의 효시(嚆矢)로 이름나 있다. 그 이후 모 음료회사의 '흔들어주세요', 모 제과회사의 '울퉁불퉁 고소해, 못 생겨도 맛은 좋아', '몰래 먹어야 맛있어요' 등 에로틱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섹스어필 광고는 자칫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젊은층만을 겨냥해 너무 저속하게 만든다면 역효과다. 선정적(煽情的) 섹스 광고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외설광고의 범람은 비교육적인 데다 소비자들도 곧 섹스마케팅에 식상하게 될 것이라는 걸 광고주나 제작자들은 잊어서는 안된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