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보어전쟁(南阿전쟁) 때 포로가 됐다가 탈출하기도 했던 육군 장교 윈스턴 처칠은 그 때의 생생한 종군기(從軍記)를 신문에 썼다. 53년 노벨문학상을 탄 '제2차 세계대전'의 필력은 그 때부터 다져졌다.

헤밍웨이와 앙드레 말로도 30년대 말 스페인 내전에 참전, 종군기를 썼다. 그러나 본격적인 종군 기자라면 장장 60년간의 기자로 93년 7월 84세로 타계한 해리슨 솔즈베리부터 꼽힌다. 그는 2차 대전, 베트남전의 뉴욕타임스 종군기자로 너무나 유명하고 20세기 열전시대∼냉전시대의 숱한 비화와 전쟁사를 25권의 저서에 담은 기자로도 높은 평판을 받는다.

85년 아카데미상을 휩쓴 '킬링필드'는 뉴욕타임스 시드니 기자의 캄푸치아(캄보디아) 전쟁 종군기가 주제였지만 종군 기자가 아니면 '언론의 노벨상'인 퓰리처상도 탈 사람이 없을 정도다. 솔즈베리가 타계한 바로 그 해 93년 퓰리처상은 같은 뉴욕타임스의 유고 내전 종군 기자 존 번스가 받았고 72년 네이팜탄 공격을 받은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벌거벗은 채 울며 뛰쳐나오는 9살 짜리 여아 판 티 킴 푹을 카메라에 담아 퓰리처상을 탄 종군 기자는 AP통신의 닉 유트였다.

이번 이라크 전쟁 종군 기자 중에서도 필시 퓰리처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고 나온다면 특히 91년 걸프만 전쟁 때 명성을 날린 미국의 CNN을 재작년 아프간 전쟁 때부터 압도해버린 카타르의 알자지라(Al Jazeera), 뜻이야 '반도(半島)'라지만 발음만은 얄궂은 그 아랍어 방송 종군 기자가 아닐까 싶다. 아랍권 언론 중 유일하게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는다는 알자지라는 철저한 현장 보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큼 종군 기자는 위험하고 특히 카메라 기자는 더더욱 위험하다. 6·25 때 17명, 베트남전 33명, 유고 내전 40여명, 아프간 전쟁 땐 7명의 종군 기자가 순직했다. 이번 전쟁에도 속출해 최다가 될지도 모른다. 기자의 직업정신이 투철하기로 으뜸인 이유는 바로 그 목숨을 건 취재 경쟁의 위험성 때문이고 평균수명이 낮은 까닭도 지독한 스트레스 탓이다. 최소의 희생을 기원한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