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수놈만 울고 닭도 수탉이 대표로 울지만 사람은 여자가 잘 운다. 남자가 함부로 울었다가는 어른들의 호된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사내자식이 눈물이 헤프면 못쓴다” “대장부는 눈물로 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울되 그 울음이 목구멍으로 넘어와 밖으로 새서는 안되는 법이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고고(呱呱)의 소리가 그 한 번이고 단장(斷腸)의 슬픔보다도 더한, 그야말로 하늘이 끝나는 아픔(終天之痛)이라는 부모와의 사별 때가 그 두 번과 세 번이니라” 그래선가 2∼3척 동자나 병약한 노인도 아닌 청장년 헌헌장부가 툭하면 훌쩍거리는 모습이란 가관(可觀)이고 꼴불견으로 여겼다.

그런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툭하면 눈물을 보인다면 어떨까. 중풍에 걸려 심약해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가 92년 4월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 아이처럼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건 그렇다 치고 닉슨은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중 하차, 고별 스피치 때 울었고 카터는 77년 대선에 이기고 귀향, 환영 군중 앞에서 울었다.

포드와 레이건은 연기자처럼 자주 눈물을 닦았고 클린턴도 93년 취임식에 앞선 흑인교회 예배 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지금의 부시 역시 9·11 등 추도사 때마다 손수건을 꺼냈다.

하긴 독종(毒種) 히틀러도 오랜 정치 투쟁에 자신의 능력을 한탄해 울었고 나치당의 분파(分派) 지도자가 탈당하려 하자 그를 잡고 울었다. 스탈린도 딸을 잃고 울었고 돌부처 같은 박정희도 국화에 뒤덮인 육영수 여사의 영구차를 부여잡고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눈물이 강(江)과 못(澤) 같아야 어울릴 사람(民)'인 듯싶은 장쩌민은 대륙 통치 13년간 한 번도 울지 않았고 고이즈미 총리 또한 성씨(小泉)처럼 눈물샘일 것 같은데도 집권 2년 동안 전혀 훌쩍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0일 동안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왠지 좀 보기에 민망하고 딱하다. 그리고 괴이한 건 퍼스트레이디의 울음은 화제가 안되는데 '퍼스트젠틀맨'의 눈물만은 신문에 난다는 그 점이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