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시황릉(秦始皇陵) 병마용(兵馬俑)은 유명하다. 그러나 진(秦) 이후인 전한(前漢)의 황릉에서도 병마용이 발굴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 모른다. 놀라운 것은 93년 1월 셴양(咸陽)에서 발굴된 그 1천여 병마용 중 200여 구가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목마에 올라탄 여용(女俑)은 붉은 갑옷 차림에 빗을 꽂아 말아 올린 머리의 곱고 품위 있는 얼굴이었고 일부는 비단과 마(麻)로 짠 전투복에 움직이는 나무 팔이었다는 것이다. 그 여용이 바로 사상 최초의 여군일 것이라는 게 산시(陝西)성 고고학연구소 발군단의 견해였다.

한데 근대식 여군의 효시라면 19세기 중반 크리미아(크림) 전쟁 때 편성된 영국 간호부대가 꼽힌다. 그 뒤 1, 2차 세계대전엔 다수 국가의 여군이 주로 후방사령부의 타자수, 교환병, 간호병, 운전병, 장군들 비서병으로 참전했지만 오늘의 여군은 다르다.

새까만 망토형 차도르를 치렁치렁 뒤집어쓴 이란 여군이나 울긋불긋 화려한 무희(舞姬)형 전통의상을 걸친 아프가니스탄 여군도 총질만은 자유자재다. 그러나 본격적인 군인이라면 유일한 의무제인 이스라엘 여군쯤 될 것이다. 75년 해병대 예비역에 지원했다가 나이(27세)와 근시로 퇴짜를 맞은 힐러리 여사의 나라 미국은 어떤가. 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조종하는 등 단연 세계 최강이다.

그 미국 여군의 명암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크게 엇갈려 화제다. 포로가 됐다가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아닌 '린치(Lynch·19)일병 구하기'로 생환, 이라크 병사의 '린치(私刑)' 위험으로부터 해방된 그녀는 출판하자,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빗발치는 히로인이 된 반면 텍사스주 육군 제 507 공병중대 병사(兵舍)의 절친한 룸메이트였던 롤리 피에스투워(23) 상병은 같은 날 최초의 미 여군 전사자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안된 것은 최초의 미 여군 포로가 된 같은 507 공병중대 소속 흑인병사 쇼샤나(30)양 처럼 미혼모라는 사실이다. 각각 두 아이와 한 아이를 두고 전사하고 포로가 된 것이다. 저 끔찍한 비극의 끝이 어디쯤인가를 군신(軍神) 마르스(Mars)에게 묻고 싶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