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간 관광객의 눈길을 끌어온 브뤼셀 중심가의 명물 동상(銅像) 마네켄피스, 즉 '오줌 싸는 소년'이 이의를 제기당한 건 80년대 초였다.

“왜 소년 동상만 있는가. 남녀차별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87년 6월 그 지척지간에 세워진 '진네케'가 바로 '오줌 싸는 소녀' 동상이었다. 앙증맞기로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태양 왕' 루이 14세의 5세 때 동상을 비롯해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이나 물개 동상 뺨칠 정도다.

58개 동상 군(群)이 숲을 이뤄 이름부터가 '동상 공원'인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 동상 무리나 워싱턴 '한국전기념공원'의 그 많은 참전 용사 동상은 왠지 썰렁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런 썰렁, 삭막 정도는 또 아무 것도 아니다. 포악, 간악, 흉악, 극악…'악(惡)'자를 모두 소집해도 표현이 부족할 희대의 독재자 동상들은 어떤가. 그 거창한 위압감에 숨이 막히고 강렬한 반감이 염통을 스치고 솟구치지 않는가. 그런 동상들이 철거될 때마다 지독한 통쾌감에 달뜨는 까닭도 그런 연유다.

공산주의 건설자 레닌의 12t짜리 동상이 공산주의 해체 신호와 함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광장으로부터 철거된 것은 90년 3월이었다.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도 그 다음 해인 91년 8월 철거됐고 스탈린의 동상은 90년 1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부터 철거되기 시작해 레닌보다도 먼저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베이징(北京)대학 동상 철거는 88년 4월로 더욱 앞섰다. 한데 철거보다 더 치욕적인 건 따로 있다. 90년 1월 철거된 체코 자브레 시의 스탈린 동상은 그 곳 한 병원의 기금을 위해 경매 처분됐고 볼리비아 대통령궁 정면 모리요 광장의 비야로엘 대통령 동상 뒤쪽 가로등에는 비야로엘 바로 그의 목이 46년 6월 쿠데타에 의해 매달려졌다.

바그다드 '천국의 광장'에 위풍당당 권위도 드높던 후세인 동상이 미 해병대의 쇠사슬에 목이 걸려 '지옥의 광장'으로 굴러 떨어지는 광경이란 한 편의 참혹하고도 장엄한 역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한데 후세인 그를 뒤따를 속편(續篇)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