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인의 오락(?) 도구가 된 '카드'는 원래 동양에서 발생해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정확한 기원은 고증된 바 없다. 유럽에 전해진 시기도 11세기에서 13세기 사이로 추정될 뿐이다. 카드는 4가지 문양으로 구분되는데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와 흔히 클로버라고 부르는 클럽이 그것으로 카드 용어로는 수츠(suits)라고 한다.
카드의 원형인 타록은 대(大)타록 22장과 소(小)타록 56장 등 78장이 한 벌인데 소타록의 수츠는 검(劍)·곤봉·성배(聖杯)·화폐로 각각 왕후와 귀족, 농부, 사제, 상인을 뜻했다. 또 대타록에는 마술사·여자교황·교황·여황제·황제·전차·재판의 여신·운명의 수레바퀴·사자(死者)·악마·달·태양·심판·태양 등 당시의 사회상과 인생역정을 은유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숫자와 신분이 암시된 소타록과 조합하면 무궁무진한 점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전래 초기에 카드는 도박보다는 점(占)을 치는데 많이 이용됐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중 소타록이 변형돼 52장 1벌에 조커가 1~2장 딸려있는 현재의 카드가 됐다. 스페이드는 검, 하트는 성배, 다이아몬드는 화폐, 클럽은 곤봉이 변화한 것이다.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이 이라크를 장악한 미·영 연합군 병사들에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3부자를 비롯해 이라크 정권 지도자 52명의 얼굴사진과 직책을 담은 카드를 지급했다고 해서 화제다. 카드에 오른 얼굴들은 모두 추적, 체포, 살해 대상자들로 미국은 현상금까지 걸고 정보를 수집중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스페이드 에이스, 두 아들 쿠사이와 우다이는 각각 클럽 에이스와 하트 에이스 카드이고, 타레크 아지즈 부통령은 스페이드 8이라고 한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반미 성전의 중심에 서서 중동의 맹주를 꿈꾸던 후세인의 몰락이 카드 점괘에 나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30만명에 달하는 추적자들이 카드를 즐기면서 도망자 52명의 얼굴을 숙지할 수 있게 됐으니 '악당 필사(必死)'의 '서부의 전설'이 중동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인가. 그렇더라도 후세인과 그 측근들을 카드에 새겨 병사들에게 노리개로 제공한 미국의 처사는 너무 경박해, 무슬림들의 원성을 사지 않을까 걱정이다./윤인수(논설위원)
'스페이드 A' 후세인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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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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