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 재단 주최로 92년 5월20일 워싱턴서 열린 세미나 '오웰의 악몽:북한의 인권' 주요 발언은 이러했다. △80년, 91년 북한을 방문했던 스티븐 솔라즈 미 하원 외무위 아·태 소위원장→“북한엔 인권이 없다. 북한에서의 인권 운운은 하나의 가공(架空)이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홍수가 났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북한의 인권' 저자인 리처드 케건 미 햄라인대 교수→“북한에는 사형을 규정한 47개 형법 조항이 있다. 국가 재산 손실, 6시간 이상 무단 이탈한 군인, 교통법규 위반까지도 사형이다. 60년대 이후 약 9천명이 처형됐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 AEI 객원 연구원→“북한의 감옥에는 약 15만명의 정치범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선가 미 민간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93년 1월15일 북한을 '자유롭지 못한 최하위 국가 군(群)'에 넣었고 94년 2월1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94년도 세계인권보고서'는 북한을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했다. 최근의 보고서는 어떤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2001년 6월27일 보도한 '탈북자 증언록'은 '설마' 하고 믿지 않으려는 '푸른 눈'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줄잡아 1천명의 처형을 목격했습니다. 그중 15차례는 교수형이었고 두 차례는 화형(火刑)이었습니다. 처형장에서 개들이 인육(人肉)을 먹고 해골을 굴리는 것을 봤습니다.”

어제의 언론 보도를 봐도 여전히 캄캄하다. 유엔이 '북한의 인권 규탄안'을 채택했다는 뉴스를 비롯해 오는 6월이면 북한 어린이 7만명이 아사(餓死)할 것이라는 유엔아동기금 북한 사무소 대표의 증언과 중국이 최근 수년간 10만∼30만 탈북 난민을 강제 송환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보도 등이다. 굶어 죽는 사람에게 '인권' 운운은 사치일지 모른다. 그들에겐 '자유'니 '인권' 등 귀 간지러울 음향보다는 하루 세 끼의 '목구멍 권리'가 10배 100배 화급(火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북한'하면 굶주림, 아사, 고문, 강제수용소, 공개처형, 탈북자 등부터 떠오르는 세계인의 연상은 어느 세월쯤 확 바뀔 것인가./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