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병인 유방암에 남자가 걸렸다고 해서 남자를 여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인병에 걸린 어린이는 좀 알쏭달쏭해진다. 성인병을 앓으니 마땅히 성인으로 예우해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할지, 아니면 어디까지나 어린이로 취급해 “얘” “쟤” 해야 할지…. 반대로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로 봐줘야 할 것인가, '소아마비'가 아닌 '대아마비(大兒痲痺)'에 걸린 어른으로 모셔야 할 것인가. '대아마비'뿐 아니라 '대아 백일해'도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2주 이상 콜록거리는 어른 기침 환자의 20% 정도가 어린이나 걸리는 백일해라는 것이다. 그래선지 우리 보건 당국이 '어른 백일해' 주의보를 내렸던 게 바로 작년 8월이었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등 '어른의 병'이 성인병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병이 부쩍 늘고 있어 그야말로 사회적인 '병폐'가 되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청소년 당뇨병이 3배, 암이 9배, 고혈압은 무려 68배로 증가했다'는 것이 이미 94년 5월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내용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소아 성인병이 문제가 된 것은 80년대부터였다. 16세 이하 10만명당 1천300명꼴이라는 게 85년 그곳 보건복지부(厚生省) 통계였고 청량음료를 많이 마셔 걸리는 당뇨병이라고 해서 '페트 보틀(pet bottle)증후군'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던 것도 그들이었다. 소아뿐 아니라 91년 7월8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도쿄의 아기염소까지 당뇨병에 걸려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成人病(세이진뵤)'이라는 명칭 또한 조어(造語)천국인 일본이 정했다. 그래서 서양인은 'adult diseases'(성인병)가 뭔지 모른다고 한다. 세 살 버릇이 무섭다는 경각심을 높이려고 96년 9월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개명한 것도 일본인들이었다. 엊그제 대한내과학회가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뒤늦게 일본을 따라가는 격이다. 그런데 어린이의 성인병도 문제지만 더욱 무서운 건 주제도 분수도 곱셈도 모르고 날뛰는 정신질환쪽의 '어른 소아병'이 아닐까./오동환(논설위원)
성인병과 소아병
입력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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