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은 끝이 났다. 사담 후세인이 목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도 아는 이가 없다. 양측의 전력상 어른과 초등학생(?)의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미 승전을 선언했고 속전속결로 당초 예상보다 전쟁비용이 감소했다고 했다.

이번 전쟁에 쏟은 비용은 750억달러로 91년 걸프전 때의 760억달러에 버금간다. 베트남전과 한국전의 4천940억달러와 3천30억달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물론 전쟁기간이 극히 짧았지만.

이번 전쟁기간중 미·영 연합군은 3만번 이상 비행기 출격을 했고 2만발 이상의 미사일을 이라크에 쏟아부었다. 걸프전때는 20만발을 쏘았지만 이라크에 투하된 폭탄 가운데 90%가 정밀유도폭탄이어서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합군은 150명 정도가 사망했고 이라크군은 2천320명이나 죽었다. 이라크 민간인 1천254명도 이번 전쟁에서 희생됐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을 휩쓴 '충격과 공포'라는 이름의 작전결과였다.

무고한 어린이들의 희생은 또 어떤가.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숨져간 어린 아이들도 희생자 가운데 부지기수다. 폭격으로 두 팔이 잘려나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의사가 꿈이라는 12살짜리 이라크 소년 알리. 부모형제 등 가족 16명이나 잃었다.

TV를 통해 눈물을 글썽거리는 이 소년의 모습을 접한 세계 모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 경제제재조치로 5살 이하 52만명의 어린이가 죽었고 30%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신생아의 25%가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25%의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 지옥(?)이다.

다른 세계의 어린이들은 이 전쟁을 보면서 컴퓨터 게임쯤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 속에는 이라크 어린이들처럼 어떠한 배고픔도, 아픔도, 슬픔도 들어있지 않았다. 이제는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이 이 전쟁소년 알리를 돕자고 나섰다. 언론도 알리가 겪은 고통의 원인은 뒤로 한 채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다시는 '전쟁 고통'의 상징인 알리 같은 소년이 탄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