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 제국주의자의 침략 전쟁으로 주권 국가의 생존권 및 자주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사태를 목격하면서 군사 우선의 기치와 함께 국방력을 강화해온 것이 확실히 옳았다는 걸 통감하고 있다. 군사 우선을 강화하면 승리하고 방기(放棄)하면 죽는다.” 지난 15일 김일성 탄생 91주년을 기리는 노동신문 사설의 한 대목이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사설을 썼다.

“이라크가 인민의 힘을 믿고 죽을 각오로 미국에 맞섰다면 오늘 같은 사태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반도 문제를 이라크 식으로 해결하려는 건 오산이다. 우리를 이라크처럼 깔보는 자에게는 조선인의 기개를 보여줄 것이다.”

'조선을 깔봤다가는 양코배기 큰 코 다친다'는 것이고 '제발 한 번 붙자'는 것이다. 이라크 개전 8일 후인 3월28일자 노동신문 사설 역시 “미제가 이라크를 강점한다면 범 잡은 포수모양 기고만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2의 아프간이나 이라크가 아니다. 우리에겐 선군 정치, 일심단결, 자위적 국방력 등 필승불패의 강위력한 무기가 있다”고 썼다. 북한의 군사노선과 한반도 적화 야욕엔 '한 치(약 3㎝)'가 아니라 1㎜도 변함이 없다는 속내다.

미국 쪽도 노동신문 표현대로 '범 잡은 포수'모양 기세가 등등하다. 단 20일만에 바그다드를 함락시킨 뒤의 매파 목청은 더욱 드세져 “심각한 사태 초래”와 “절대 불(不) 관용(no tolerance)”을 강조한다. 미국이 변한 것을 한국은 너무 모른다는 것이고 한반도 비상시 미군이 자동 개입키로 돼 있는 이른바 '인계철선(trip wire)'은 '파산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단절됐던 미·북 대화가 3자회담으로 열리지만 마치 권투 선수 셋이 링 위에 올라간 격이고 실제는 미·북 싸움이다. 한데 무서운 건 미국쯤 돼야 '맞장' 상대가 되고 한국이야 링사이드에 앉아 양손으로 턱을 괸 채 구경만 하고 있는 어린애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미·북 대화의 진전보다도 중요한 건 남한도 링사이드의 어린애가 아니라 미국 대신 싸워도 결코 KO패하지 않을 힘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래야 '평화적 해결'의 말발도 서고 안심도 할 수 있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