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난 2월27일 현 독재자 재산가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꼽았다.

후세인의 재산은 20억달러(약 2조6천억원)로 추산했고 카스트로 의장도 겉으로는 군복 등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쿠바 1년 국내총생산(GDP)의 10%인 1억1천만달러의 재산가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산도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포브스의 작년도 조사 땐 10억달러였다.

그런데 바그다드에만 20여개, 전국적으로 80여개의 대통령 궁전을 갖고 있다는 후세인의 재산부터가 과소 추산됐다. 지난 4월초 비즈니스위크 등 주요 외신들은 후세인가(家)의 재산을 물경 240억달러(약 29조원)로 추정했다. 석유 밀수출과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따른 석유 거래로 배럴당 30∼50센트를 따로 챙겨왔다는 게 그런 추정치의 근거였다.

그 추정치를 뒷받침한 게 또 지난 18일 대통령궁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현금 6억5천만달러와 나흘 뒤 대통령궁 부근에서 발견된 1억1천200만달러였고 엊그제 바그다드의 한 은행에서 발견된 무려 10억달러어치의 금괴였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바그다드 외곽 카라다의 후세인 아들 우다이 궁전 금고에서 발견된 불탄 100달러, 50달러짜리 지폐 귀퉁이였고 그게 바로 지폐로 담뱃불을 붙인 증거라는 게 이웃 주민의 증언이었다.

김정일 위원장도 수십 대의 벤츠를 사들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헤네시 코냑을 가장 많이 사가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작년의 포브스가 지칭했다. 하긴 히틀러가 구술(口述)을 통해 썼다는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으로 받은 인세만도 780만 라이히스마르크(약 560억원)였다니까 그의 재산도 짐작할 만하다.

필리핀의 마르코스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재산도 엄청났다. 그런데 우리 현대사의 독재자로 꼽히는 이승만과 박정희는 어땠는가. 양말을 기워 신을 만큼 청백(淸白), 청빈하다못해 한소(寒素)했고 전혀 재물에 욕심이 없이 청렴, 청빈했다지 않은가. 후세인, 김정일과 몹시 대비되는 것 같아 한없이 씁쓸하기만 하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