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신이 창조한 모든 살아있는 아름다움의 원형, 본형이자 원본이며 모범에다 척도(尺度)다. 누가 얼마나 아름다우냐를 꽃과 비교, 살아있는 시각(視覺)의 눈금으로 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꽃은 존재한다. 꽃은 미(美)의 자존심 그 극치와 극한이다.
어떤 생명 있는 아름다움도 꽃의 자존심 그 끝자락까지는 닿지 못한다. '꽃 같은 얼굴(花容)'이니 '꽃 같은 입술(花脣)' '꽃 같은 마음(花心)' '말하는 꽃(解語花)' 등 인간을 꽃과 비교하는 수사나 '꽃보다도 아름답다'는 외람은 꽃의 지고(至高) 지순(至純)한 미적 권위에 여지없이 저촉된다.
꽃은 모든 향기의 원향(元香)이며 제왕이다. 꽃의 향기란 신이 창조한 모든 생명 있는 향기 중 단연 지존(至尊)이다. 기타 모든 향기를 꽃의 향기와 함부로 비교할 수 없고 여타 모든 향기가 꽃처럼 향기롭다 하려면 꽃의 향기 그 신비로운 자존심의 허락을 받아야 하리라. 꽃은 그 그림자(花陰)에서도 향기가 일고 그 바람(花風)에서도 향기가 풍긴다.
송나라의 증단백(曾端伯)은 연꽃, 해당화, 국화, 매화, 작약, 치자 등을 '명화십우(名花十友)'로 삼았고 같은 송나라의 장경수(張景修)는 모란, 매화, 국화, 난초, 연꽃, 장미, 계수나무꽃 등을 '명화십이객(名花十二客)'으로 모셨다. 그러나 꽃 중의 왕, 화중왕엔 모란이 꼽힌다. 모란을 가리켜 '천향국색(天香國色)'에다 '부귀화(富貴花)'라 일컫는 까닭이다.
최고 미인을 '천향국색'이라 하는 것도 모란 같다는 뜻이다. '화중군자(花中君子)'는 연꽃이고 '화중신선(花中神仙)'은 해당화다. 백화(百花)의 괴수(魁首)로 꼽히는 꽃도 있다. 다름 아닌 매화다. 괴수의 꽃이든 졸개의 꽃이든 꽃은 꽃이다. 할미꽃도 곱고 호박꽃도 예쁘다.
봄(보다→봄)의 존재 이유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산야의 축복의 꽃이 있기 때문이고 그 꽃을 다시 신에게 바치려는 인간의 꽃 같은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지금 온갖 꽃들이 고양 꽃박람회에 모여 자태와 향기의 극치를 한껏 겨루고 있다. “세파에 찌든 가슴팍들이여, 어서 오라”는 꽃들의 아우성에 귀가 먹먹하지 않은가./오동환(논설위원)
꽃 박람회
입력 2003-05-0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5-0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