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하늘을 날아오를 생물학적, 인위적 수단이 없는 모든 물체는 허공에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카로스의 추락은 중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한계와 절망을 의미한다.

뉴턴의 사과는 중력의 인간지배를 과학적으로 상징한다. 동서고금의 어떠한 제도도 이처럼 확실하게 인류를 지배했던 질서는 없었다. 따라서 인간은 중력을 벗어나거나 극한을 추구할 때 공포와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들이 한결 같이 중력을 무시한 기술의 총합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중 백미(白眉)인 롤러코스터는 1884년 발명된 뒤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관성(慣性)으로 궤도를 따라 급강하와 회전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최근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놀이공원 '세다포인트'에 시속 200㎞급 롤러코스터가 설치 중이다.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 '환상특급' 84㎞ 보다 2.5배나 빠르니 작명(作名)이 궁금하다.

이 초특급 롤러코스터는 탑승객에게 지구 중력가속도의 5배를 4~5초 동안 체험시킨다는데 보통 사람은 15초만 되면 피가 한쪽으로 쏠려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극한의 중력 추구로 사람들을 죽였다가 살리는 셈인데 과연 '놀이기구'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문제는 인간이 중력을 무시해 일어난 재난이 끔찍하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 제품안전위원회(CPSC)의 통계에 따르면 87년 이후 99년까지 놀이공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8명, 부상자는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롤러코스터 사망는 10명이었다. 그런데 미국 놀이공원 측은 연평균 놀이공원 이용자 3억명에 비하면 사고율이 매우 낮다고 항변했다니 가관이다.

어린이날이 낀 황금연휴 기간중 놀이공원에서 각종 사고가 이어진 모양이다. 어린이대공원 롤러코스터 '88열차'가 궤도 상승 중 멈추고, 대전에서는 '스페이스 어드벤처'가 추돌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과 부상자가 속출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지 싶다. 이제는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기계적 공포 체험보다는 중력 안전지대인 지상에서 인간적 문화를 즐기는 '휴일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윤인수(논설위원)